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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구향교의 뜨거운 여름, 배롱나무꽃에 물들다
글 : 박세원 / hamp38@hanmail.net
2025.08.29 15:33:53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참하고 아름다운 아가씨는 군자(君子)의 좋은 짝이로다.

나는 샤론의 수선화요 골짜기의 백합화로다.

 

배롱나무꽃의 웅장함을 본 순간 시경관저와 구약성경 아가의 시구가 떠올랐다.

옥구 향교를 찾은 날은 가을의 문턱 입추가 바로 지난 말복날이었다. 초록색 잔디 마당에 서 있어서 더 선명한 꽃물을 들였을까. 아침저녁 제법 선선해진 고택 사이로 붉은 배롱나무꽃들이 새벽을 물들이고 있었다. 꽃들은 군자를 기다리는 아가씨처럼, 샤론의 꽃 수선화처럼, 설레는 가슴 부둥켜안고 오백 년 돌담을 감은 채 기와지붕 위에 길게 목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남은 여름을 갈무리하려는 듯 스치는 작은 바람에도 꽃잎이 흔들렸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사진작가들의 셔터 소리에 놀란 꽃들이 기지개를 켰다. 이곳 배롱나무에는 조상들께서 하나를 알아서 셋을 실천하라며 심어 놓은 은근한 뜻이 숨어 있었다.

 

전통문화에 취하고 꽃에 취하고

옥구향교를 방문하기 전에는 향교가 유교의 전통만을 고집하는 구태의연한 사상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찾아간 서원은 선현의 정신과 뜻을 되새겨 학문과 덕행을 닦는 곳이며, 동시에 선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었다.

유교의 유()자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구하고 바라며 기다려 실행해서 쓰다()라는 것이다. 옥구향교는 조선 태종 때 옥구읍 상평리 광월산에 잡았다. 산은 작고 낮지만, 큰 들판 마루가 북돋으니 자꾸 드높아지는 산세이다. 바로 조상들이 광풍제월(光風霽月)이라 하여 후손들이 풍류 따라 배우고 익히며 자꾸 커가는 모습을 바라며 지켜보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곳에는 노장용 전교를 비롯한 60명 남짓한 유림(유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대성전에서 봄가을로 두 차례 석전제를 올리고 문창서원과 현충단에서는 한 차례씩 제향을 올리고 있다. 특히 전국에 있는 향교 중 우리 옥구향교가 유일하게 국조 단군 할아버지를 모시고 봄에는 어천제(御天祭), 가을에는 개천제(開天祭)를 올리고 있다.

이에 절실한 예절은 현 노장용 전교가 보유하고 있다. 오랜만에 이른 아침 제 때문에 일찍 나오신 전교장님을 직접 뵈니 전보다 많이 쇠약해져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지역 전통문화를 보유한 명인으로 지정받았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된다면 오랜 기품을 유림들에게 물려 줄 전통으로 기억될 것이다.

향교에서 음력 매월 초하루와 보름날은 문을 열어서 분향례를 올린다. 마침 내가 방문한 날도 초하루 날로 전교장을 중심으로 분향례 올리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복장을 갖추고 예를 표하는 의식이 매우 경건하고 유려한 향내가 났다.

, 가을에는 향교일요학교가 열린다. 유치원 초등학교 아이들이 재잘재잘 마당을 거닐며 전통놀이와 예절을 배운다. 떠들썩한 아이들도 경내에 들어서면 몸가짐이 달라진다. 이때의 경험은 아이들의 성장에 꼭 필요한 영양제가 될 것이다.

 

향교에서 만난 유도회장 김옥중 님

 

생을 마치는 날까지 조선왕조실록을 읽어야겠다.”

 

김옥중 유도회장님을 뵈니 기품 있게 나이 들어간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분이었다. 유도회장님이 향교에 입문한 것은 5~6년 전이었다. 그는 교단에서 퇴직할 즈음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는 평소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에도 관심을 보이며 군산 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평생 읽겠다는 왕조실록 첫머리부터 눈물로 읽다가 마지막 순종 조에서 통곡하며 마쳤다. 안타깝게도 조선의 역사가 끊어져 버린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을 읽는데 딱 5년이 걸렸다.

책과 씨름하다 보니 재래시장에서 가격을 흥정하는 재미나 현금 인출기를 사용하는 것마저 잊어버렸다. 공자 제자 자하가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혼자 지내다가 눈이 멀어졌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더구나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며 절실한 것은 모든 주석이 사서오경을 찾지 않고는 읽어낼 수 없었다. 이러한 과정은 김옥중 유도회장의 향교의 맥을 잇기 위한 기초 수업이었다.

 

단군성묘를 문화재로 지정하고 싶은 마음으로

 

현재 옥구향교는 군산시와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고 있다. 김옥중 유도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향교를 위한 시급한 일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단군 성묘를 문화재로 지정받고 싶은 간절함이었다. 명륜당 남쪽 문 또한 전통 한지 창호로 바꾸고 싶어 했다. 마침, 자천대(최치원) 문이 개방되어 있었다. 자천대를 기리는 백일장을 열어 자라나는 세대들과 문화적 소통 공간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배롱나무와 함께 25. 8. ‘디카시 대회가 열린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전통이란 오래된 문화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향교를 가꾸기 위해서 60여 명의 유림과 함께 새로운 꿈을 가꿔나가고 있다.

 

배롱나무꽃의 화무를 이준재 작가사진에 담아

 

옥구향교 배롱나무꽃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새벽부터 달려 온 작가가 있었다. 군산노인복지관에서 활동하던 사진작가 이준재 님이다. 퇴직 후 사진에 빠져 새벽이든 석양이든 구름만 떠도 달려갔다. 8년 전부터 사진과 인연을 맺은 뒤 하루도 쉬지 않고 촬영했다. 욕심만큼이나 사진의 결이 남달랐다. 향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릴 적 동네 향교에서 놀았던 기억 때문이었다. 매년 사계절 옥구 향교를 촬영하고 있다. 특히 배롱나무꽃이 만개 한 여름, 향교 사진에 애정을 듬뿍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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