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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 / 영화 ‘돈’을 보고 나서
글 : 김정인 /
2019.04.01 17:02:43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

영화 ‘돈’을 보고 나서




 

나도 한 때는 주식에 열을 올리는 사람 중 하나였다. 1998년 즈음 우리나라에 막 IMF가 들이닥친 직 후 주식시장은 상당히 호황이었다. 경제신문을 구독해서 꼼꼼히 읽고 스크랩을 했고 주식 가이드북을 사서 정독을 하며 주식 공부를 시작해 소액으로 ‘데이 트레이딩’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팔고 나면 주가가 오르는 것 같고, 내가 사고 나면 주가가 곤두박질을 치며 내려가는 것만 같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떤 날은 이익이 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데이 트레이딩’을 위해 컴퓨터 앞에서 오랜 시간동안 눈을 떼지 못하는 정신적 소모와 부동자세로 오후 3시까지 앉아 있는 일로 인해 나타나는 신체적 부작용은 생각보다 큰 문제점이었다. 


그래서 몇 달의 경험을 통해 ‘내가 산 금액보다 내가 만족하는 수익의 몇 프로 선에 주가가 다다르면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판다.’ 라는 기본 원칙을 세웠다. 결과는...? 결과는.. 말하기 싫다. 어떤 주식은 감자를 하더니 이내 없어져 버리기도 했다.

 

 

돈의 유혹에 갇히지 않는 힘은 결국, 양심

영화 ‘돈’ 의 주인공 역시 부자가 되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으로 중권 가에 입성하여 주식 브로커의 인생을 시작하는 시골 출신의 소위 말하는 흙 수저 청년이다. 그는 직장 선배가 소개해 준 일명 ‘번호표’ 그러니까 증권가에서 어마어마한 액수를 굴리는 고객(작전세력)을 뜻하는 사람을 만나 예기치 못한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의 유혹에 휘말리고 계략에 휩쓸리며 서서히 타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결국 돈이 아니라 돈이 갖는 숫자의 위력에 스스로 갇혀 자아를 상실하게 되며 위기에 처하는 본말전도의 상황이 전개되고 만다. 

 


 

 

그러나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인 동시에 또한 합리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일생일대 최고 거액의 돈을 움켜쥐게 되는 운명의 순간, 의외의 선택을 하며 우리에게 사람에 대한 희망을 던져준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 낸 물질적 수단인 ‘돈’의 지배를 받지 않을 권리는 결국 우리의 양심이며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준다. 

 

어떻게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본다. 첫째, 간의 혹을 제거하기 위해 입원한 아버지를 찾아 갔을 때 넉넉한 용돈을 보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낡은 찬 통을 쓰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그는 어쩌면 많은 돈을 얻게 되어도 정작 바꾸기 힘든 시골출신 흙 수저인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지도 모른다. 둘째, 번호표를 처음 소개해 준 직장 선배가 끝내 번호표의 각본에서 엑스트라로 전락하며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순간 아직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그의 아내와 어린 자식을 통한 가족애를 보았을 것이다. 셋째 때로는 경쟁상대로 때로는 희·노·애·락으로 함께 지낸 직장 동료의 부친상에서 몰래 훔쳐 본 동료의 아픈 눈물을 보았을 것이다. 

 

 

영화 ‘돈’의 감수성

영화는 처음부터 몰입도 높은 전개를 통해 굉장한 흥미를 유발했다. 간간이 매니저, 브로커, 번호표, 부띠크, 스프레드, 공매도 등 어려운 용어의 등장으로 스토리에 내 지능이 따라가지 못했지만 한 순간도 놓치기 싫을 정도의 집중력을 끌어냈다. 그 중심에는 역시 ‘다 보았다’는 드라마지만 나는 아직 보지 못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류준열이 있었다. 내면의 감정 선을 외면까지 끌어 내 온몸으로 보여 준 그의 연기가 눈 부셨다. 단연코 그의 연기의 포인트는 강렬한 눈빛이었다. 실제로 핏대가 빨갛게 선 눈과 반항아 같은 눈빛은 아직도 선명하다.

 


 

 

“일한 만큼 벌어.” 라는 명언을 날리며 공무원으로서 끝까지 사명감을 갖고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금융감독원 직원 역을 맡은 조우진의 연기 또한 영화에 입체감을 주는 조커 역할을 해냈다. 또한 차갑고 또렷하며 살짝은 신비한 목소리로 번호표가 증권가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신랄하게 보여준 유지태의 절제된 연기력도 손 꼽을만하다.

 

영화 ‘돈’의 매력 중 하나는 ‘번호표’,  ‘복분자’,  ‘사냥개’‘ 등과 같은 캐릭터들의 별칭이다. 이것은 영화에서 단순 재미를 넘어 캐릭터를 정확히 이해하며 영화에 더 깊숙이 빠지게 하는 흥미 유발적 요소다. 그리고 빼놓지 못할 영화 속 ‘깨알 홍보’가 있다. 주인공의 별칭을 ‘복분자’로 짓고 간간이 복분자 농장을 영화 배경으로 삼는 이유가 바로 이 영화의 박누리 감독이 고창 출신이라는 것.  

 

 

돈 없는 인생을 논할 수 있을까?

돈은 우리의 현실적인 욕구를 충족해 줄 뿐만 아니라 ‘꿈’과 ‘희망’이라는 가치의 실현에도 적잖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돈을 위해 꿈을 갖기도 현실을 살기도 한다. 인간 세상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모순된 현상이다. 돈이 있어야 행복한 것인지 행복을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인지는 그 어느 누구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도 하다. 

 


 

 

하루가 멀다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세대 간의 불통과 가치관의 차이가 낳는 여러 가지 문제들 중 하나가 바로 돈에 대한 가치관일지도 모른다. 기존에 권선징악 적으로 받아들였던 돈에 대한 가치가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자리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랑도 우정도 건강도 어쩌면 돈으로 해결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사회 현상적 모순을 안고 있는 지금 세상은 행복의 추구, 돈에 대한 목적과 가치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TIP~ ‘시민과 함께 하는 영화이야기’ 알고 보세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TV나 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영화관에 가는 일은 영화 자체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영화관에서 나오는 거대한 음악소리나 효과음을 견디기 힘들어서다. 이런 내가 영화감상문을 쓰는 일은 다소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다만, 평소 시와 음악을 좋아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지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영화를 즐겨보지 않는 사람도 이런 영화를 보고 이런 생각을 갖는구나 하며 공감을 이끌어 내는 글을 쓰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같은 영화를 보았던 분들이 영화에 대한 동질의 시선 혹은 다른 견해로 글을 읽게 되고 잠시나마 기억을 떠올리며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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