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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타고 싶어서 교사 그만 둔 사람의 ‘미친’ 꿈 안정된 직장을 나온 사람들① 피터팬 승마장 김경환
글 : 배지영 /
2017.02.01 17:49:41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말 타고 싶어서 교사 그만 둔 사람의 미친

안정된 직장을 나온 사람들피터팬 승마장 김경환

 

종사관 나리!”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이영애)는 민정호(지진희)를 부르곤 했다. 그때, 전북 익산의 한 중학교 여학생들은 막 체육교사로 부임해온 김경환씨에게서 종사관 나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말았다. 모여 있는 아이들은 수줍음을 타지 않는다. 대놓고 대박! 체육 선생님 완전 지진희야라고 했다. 좋다는 표현을 격하게 해주었다.

 

체육교사가 되기 전, 경환씨는 작은아버지의 회사에 다녔다. 수많은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총괄하는 주택관리 회사였다. 그는 수백 명의 노동자들을 관리하면서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을 했다. 일은 금방 손에 익었다. 월급도 넉넉하게 받았다. 좋은 직장이었다. 그러나 경환씨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맞나생각해 보고는 했다.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퇴근하고는 교육대학원에 다녔어요. 원래 꿈이 교사였거든요. 석사학위 받고는 사립학교 체육교사가 되었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좋았죠. 아이들 가르치는 것에 보람을 많이 느꼈어요. 안 좋았던 점이 거의 없었어요. 인기 많은 교사였죠. 그래도 100세 시대니까 정년퇴직 하고 뭐 할까생각하긴 했죠.

 

어느 날, 불현듯 인터넷 검색해서 전주에 있는 승마장에 갔어요. 말 타는 게 어릴 때 로망이었거든요. 처음 탈 때는 무섭더라고요. 말이 제 눈높이보다 위에 있으니까요. 근데 타면 탈수록 너무 좋은 거예요. 일로 삼고 싶더라고요. 한 번 사는 인생이니까 주저하지 않았어요. 교사 그만둔다니까 다들 미친놈이라고 했어요. 안정된 직장 그만둔다고요.”

 

2012년 봄, 마흔한 살 경환씨는 전주 기전대학 마사과로 진학했다. 11년간의 교사생활을 정리하고서. 달마다 꿀처럼 들어오던 월급은 끊겼다. 군산 시립교향악단 단원으로 일하는 아내 심은영씨는 당신 하고 싶은 일 해라고 그의 등을 토닥였다. 그동안 들어놓은 적금을 담보로 대출 받아서 생활을 했다. 대학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경환씨는 갓 스무 살이 된 동기들과 같이 말먹이를 주고, 말똥을 치우고, 말을 씻겼다. 말은 어느 부분이 민감하고 둔감한지를 알았다. 재갈 물리는 법, 조련하는 법, 말의 질병과 근육을 배웠다. 말은 어떻게 장애물을 넘고 원을 도는지를, 책으로 배우고 몸으로 익혔다. 말 타는 훈련도 체계적으로 해서 승마대회에 출전했다.

 

대회에 나가려면 평균 30-40만 원이 들어요. 학교에서 빌린 말을 운반해야 하거든요. 시합용 흰 바지도 사서 입고요. 그 큰 시합장에 말하고 저만 있는 거예요. 관중들은 밖에 있고요. 1번 장애물을 넘고 2번 장애물로 가야 하는데 코스를 잊어버릴 정도로 떨죠. 더구나 말은 겁이 많고, 환경에 민감해요. 주변이 시끄러우면 많이 예민하죠. 그래도 다음 경기에 또 출전해요. 좋으니까요. 내 말의 상태는 숨소리만 들어도 알 만큼 교감도 되고요.”

 

2년간 마사과에서 공부하고 일을 배운 학생들은 취업 걱정을 하지 않는다. 농림축산산업부에서 주관하는 재활승마 지도사와 문체부에서 주관하는 생활체육 지도사 자격증을 따서 승마 교관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자격증을 못 딴 사람들은 말 관리자로 일하면 된다. 마사과 졸업생들은 수도권에 있는 100여 곳의 승마장으로 취업을 나간다.

 

경환씨는 마흔세 살에 기전대학 마사과를 졸업했다. 재활승마 지도사 자격증과 생활체육승마 지도사 자격증을 딴 그는 정읍에 있는 한 승마장을 찾아갔다. 말 생산까지 겸하는 곳이었다. 경환씨는 그곳에서 말에 대한 실무를 더 익히고 싶었다. 그래서 마방의 말똥을 치우고, 말을 돌보며 시간을 보내고, 체험 온 학생들에게 승마 가르치는 일을 했다.

 

승마는 유일하게 동물과 교감하며 즐길 수 있는 스포츠예요. 수영과 승마는 선진국형 스포츠로 꼽히기도 하고요. 노년에는 관절이나 근육 상태가 약해지죠. 할 수 있는 운동이 줄어들어요. 수영은 부력이 생기니까 몸무게를 커버해줘요. 승마도 지표면을 밟지 않고, 중력에 의해서 하는 운동이죠. 말과 관련된 직업은 향후 10대 블루오션이에요.

 

유럽에서는 승마가 의료보험도 돼요. 교통사고 환자한테 재활승마 치료로 쓰이거든요. 꼿꼿한 자세로 말을 타면 근력이 강화돼요. 척추가 펴지는 신체교정 효과가 있는 거예요. 다이어트에도 좋고, 장운동이 돼서 숙변 제거도 되고요. ADHD나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말을 타면, 약을 먹는 것보다 더 좋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어요.”

 

경환씨는 자신의 승마장을 운영하고 싶었다. 몇 곳의 컨설팅 회사에서는 승마장은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요. 본업으로 삼지 말고 세컨드 잡으로 하세요라는 냉정한 분석을 해줬다. 맞는 말일 수밖에 있다. 말은 많이 먹는다. 말 한 두당 한 달에 40-50만 원 어치의 먹이를 먹는다. 생체시계가 정확해서 제때 먹이를 줘야 한다.

 

말은 발톱도 잘 자란다. 전문 장제사가 5주에 한 번씩 와서 발톱을 깎아줘야 한다. 말이 달리면 편자도 닳는다. 말 한 두당 발톱 손질하고, 편자를 불에 달궈서 맞춰 끼워주는 비용이 10만 원이다. 말들은 똥오줌을 가릴 줄 모르니까 마방에 깔아놓은 깔짚에 대소변을 눈다. 파리가 들끓지 않게 날마다 깔짚을 걷어내고 새로 깔아줘야 한다.

 

주저하면 멋진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요.”

 

경환씨가 가슴에 품고 다니는 말이다. 승마장은 경환씨에게 멋진 일’, 반드시 하고 싶었다. 그는 꼼꼼하게 준비했다. 2011년에 말 산업 육성법이 제정된 상태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제역과 광우병으로 고통 받는 축산 농가를 돕기 위해서 말 사육을 지원했다. 말 산업 육성법은 농어촌형 승마시설을 지원한다. 경환씨는 그 사업에 응모했다.

 

저희 승마장은 군산에서 유일하게 인허가 받은 승마장이에요. 자격증도 있어야 하고, 안전보험이라고 하는 승마 보험도 따로 들어야 해요. 허가가 나야 말마다 보험을 들 수 있거든요.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토지가 적당해야 하고, 말은 세 마리 이상 있어야 하고, 냄새가 안 나야 하고, 주변에 민원사항이 없어야 해요. 저희는 말 열두 마리가 있어요.”

 

201510, 경환씨는 피터팬 승마장을 열었다. 농림부와 전라북도, 군산시청에서 예산의 40%를 지원받았다. 나머지는 또 빚을 졌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 받고, 친척들에게도 빌렸다. 땅을 사고, 마방과 승마연습장을 지었다. 그리고는 승마는 부자들이나 하는 스포츠라는 벽과 마주섰다. 비용을 대폭 낮추고는 그 편견을 허물고 있다.

 

정부에서는 수년 전부터 전국의 학교에 공문을 띄워서 승마체험 학생을 모집해왔다. 말 타는 횟수는 열 번, 비용은 30만 원이다. 그 중에 학생 부담금은 9만원, 21만원은 정부에서 지원한다. 서울과 수도권은 지원학생이 많아서 경찰 입회하에 뽑기를 한단다. 이웃도시 익산도 승마장은 네 곳, 군산 학생들도 이제 승마장에서 말을 타볼 수가 있다.

 

저는 군산에 승마장을 열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교통사고 나서 물리치료 대신 승마를 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우리 몸의 근력과 근육, 골격은 말을 타면서 어떻게 변할까. 그래서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으로 인체의 생리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특수학교 학생들은 정서상으로도 말을 타면 큰 효과가 있어요. 재활승마는 나라에서 100% 지원해주고 있고요.

 




군산 시내에서 승마장까지 15분 걸립니다. 접근성이 좋잖아요. 충남 서천이나 장항 학생들도 지원을 받아서 와요. 지금은 군산 유소년 승마단 준비를 마치고 마사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거든요. 군산의 작은 학교 학생들은 장기 프로그램을 밟으며 말을 타고 있어요. 정부 지원을 받아서요. 저는 군산의 많은 학생들이 승마체험을 하면서 말과 교감하면 좋겠어요."

 

경환씨는 승마장에서 일하는 두 명의 정직원과 같이 마방을 청소하고, 말을 돌본다. 어떤 이들은 왜 교사 그만두고 힘들게 노동을 하느냐고 묻는다. 그가 아무리 잘 설명해도 설득되지 않을 주제. 경환씨는 내가 생각해도 미친 것 같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미쳐야 이룰 수 있는 일들이 있잖은가. 경환씨는 오래도록 말에 미쳐 있고 싶다고 했다.

 

서양의 나그네들이 하룻밤 묵어가던 곳은 마구간이었다. 말은 사람보다 체온이 3-4높아서 따습다. ‘들장미 소녀 캔디는 아예 마구간에 침대를 두고 살았다. 예민한 말을 돌보고 교감한 덕분에 그녀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했다. 승마는 기본적으로 말과 친해야 즐길 수 있는 것, 그러려면 먼저 나 아닌 다른 생명체를 돌볼 줄 알아야 한다.

 

경환씨는 몇 번이나 필드에 나가서 골프 치는 것보다 승마가 저렴해요라고 강조했다. 한 달 27만 원, ‘최순실 딸만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승마장을, 동화 <피터팬>에 나오는 네버랜드처럼 만들고 싶다. 간절한 꿈이다. 방목장과 게스트하우스, 그 옆에서 말이 한가롭게 풀 뜯는 대자연. 그곳에는 경환씨의 미친열정이 가득할 것이다.

 

 

 

 

전북 군산시 성산면 송호로 128 피터팬 승마장

453- 9971

010-3689-8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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