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gun 홈페이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메인 메뉴


콘텐츠

홈 > ARTICLE > 사회
시대의 열혈남아 ‘둥글이’
글 : 오성렬 / poi3275@naver.com
2016.03.25 09:45:34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그의 이름은 박성수다. 하지만 스스로를 둥글이라 칭하고 사람들도 그렇게 불러준다. 나이는 40대로 보이지만 아직 총각에 약간 야위었으나 강단 있어 보이는 체구의 그는 언제 봐도 배낭을 걸친 등산복, 운동화 차림에 그 흔한 자가용도 없다. 하지만 형형한 눈빛, 치열하게 살아온 그간의 행적에서 결코 만만치 않은 인물임이 느껴진다. 

 

군산 토박이인 둥글이는 구암초, 중앙중,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사회정책과 제도에 있어 적잖은 구조적 한계와 불합리 등 문제점을 알게 된 그는 한때 사회복지시설과 환경단체 등에서 일하기도 했으나 제도권 활동의 한계를 절감하고 이후 사회가 안고 있는 온갖 모순과 부조리와 부딪치며 열혈 사회운동가로 변신하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자연과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했고 학창시절 개근상 수상과 무술도 수련했던 당차고 착실했던 그가 이렇게 힘든 길을 걷게 된 것은 불의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들끓는 의협심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타고난 것일 수도 있었다. 오로지 배금주의, 기회주의의 만연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인륜을 버리고 제 잇속만을 챙기려드는 지금의 세상은 그가 적응하기에는 너무도 힘든 곳이었다. 불의를 보면서도 자기와 관계없는 일이다 싶으면 못 본체하며 끝내 참고 마는 세상인심 앞에서 그의 의협심은 때로 가당찮은 돌출행동으로 오해를 낳기도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누군가 바른 소리를 하고 대드는 사람이 있어야만 일말이나마 사회가 변화될 수 있으리란 소신에서다. 


 

둥글이는 부정부패정치인 및 폭력 경찰 규탄 피켓시위 수백 회를 비롯해서 엽서 형식의 유인물, 전단지 등을 뿌리며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특정 조직에 속한 것도 아니어서 언제나 1인 시위다. 단체나 조직에 가담하면 소신껏 행동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고독한 유랑인이라 정의한다. 그의 배낭 속에는 텐트와 식기, 노트북, 약간의 쌀이 들어 있다. 때론 하루 40km이상을 걷기도 하는데 그렇게 걷다보면 그마저도 무겁게 느껴지고 취사가 번거로워 생쌀을 먹기도 했다. 술, 담배를 전혀 안 하고 화투놀이조차도 할 줄 모르다보니 평소 돈 쓸 일이 없다지만 그래도 유랑 생활엔 기본적 경비가 필요했다. 눈, 비가 오는 날은 야영을 할 수 없어 때로는 교회나 사찰 등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 한 적도 있지만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안 쓰는 동전을 협찬받기도 하고, 때론 막노동을 하거나 작은 기념품(열쇠고리 등)을 제작해 팔기도 했다. 

 

그는 부정부패 규탄 외에도 환경운동에도 적극적이다. 아나키스트 적으로도 보이지만 그보다는 자연주의자에 가깝다. 일상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돌아다니며 ‘환경과 지구와 인간’에 대한 통찰을 통해 세상을 읽는 시야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홍보하는 주 내용은 생태계 멸종 예고와 이에 대한 대안, 핵발전소, 유전자 조작 등으로 인간에게 닥칠 가공할 위험으로부터 자연을 지키는 것이다. 이런 유랑생활은 MBC ;내마음의 느낌표‘(2011.11.17.)라는 프로에서 취재를 한 적도 있다.

 

 그 둥글이가 2년 전 책을 냈다. 이름 하여 ‘둥글이의 유랑투쟁기’(도서출판 한티재)라는 자전적 에세이집이다. ‘자발적 가난과 사회적 실천의 여정’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에는 유랑생활 동안 부딪치고 느꼈던 그의 사색과 일상이 사진과 함께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해 본다. 


 

“ 2006년 8월부터 시작된 나의 유랑은 산천경개를 유람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시작되었다. 지구 기후 변화에 맞물린 에너지와 자원 고갈의 문제, 그리고 이에 따른 환경파괴와 인류 절멸 위기가 언론을 통해서 쏟아져 나오던 시기, 나는 그러한 문제들이 결국 70억 인구 중의 하나인 내 자신의 욕망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다.

(중략)특히나 한국인의 일상을 통해 표출되는 세계적 수준의 ‘경쟁의식’과 ‘배려 없는 욕심’이 실은 이 나라의 갖은 사회 갈등과 부조리를 파생시키는 원천이기도 하기에, 지구인의 하나로서 책임감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그에 대한 해법도 찾을 수 있을 터였다. (중략) 결국

이렇게 분명한 상황에서도 실효성 있는 해법을 찾아 실천할 의지가 없는 내 자신을 발견한 시점에서 나는 결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뿌리 깊게 내 뇌를 잠식하고 있는 ‘일상의 야만’으로부터 벗어나야 할 필요를 느꼈던 것이다.(중략)실제로 나는 유랑을 하면서 그간 붕어빵 같은 삶에서 나를 경주마로 만들어 왔던 우열감과 불안, 상실감과 공허의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만큼 움츠려 있던 내 존재가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이 유랑의 삶에서 나는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억눌린 개인, 이 ‘야만의 사회’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인 개인을 해방시킬 수 있는 작은 실마리를 찾아내리라 기대한다. (중략)하여간 유랑 중 길바닥에서 

실시간으로 쓰여지다시피 한 이 글들을 네 묶음으로 엮었다. 1장 ‘길바닥 삶’에서는 유랑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삶이 되어가고 있는 과정을, 2장 ‘길 위의 만남과 이야기’는 길바닥 삶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건들에 얽힌 이야기들로, 3장 ‘길 위의 죽음’에서는 유랑 중 필연적으로 마주 대하게 되는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담았다. 마지막 4장 ‘그리고...’는 이러한 삶이 계속 될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실존을 정리했다. (중략)나는 자동차는커녕 오토바이 면허증도 없고, 한 달 10만 원 하는 월세방에라도 살아본 적이 없으며, 평생 통장에 300만 원 이상 채워졌던 적이 없는 홀홀 독신이다.(중략)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가는 만큼 일상으로부터 멀어져야 하는 나만의 가난과 고독을 감내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 삶은 길바닥에서 접하는 가련한 생명과 굶주리는 동포들에 대한 나의 기도가 허세와 위선이 아님을 증거하기

때문이다...“ 

오성렬님 기사 더보기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닫기
댓글 목록
댓글 등록

등록


카피라이터

주소 : (우)54020 전북 군산시 절골3길 16-2 , 출판신고번호 : 제2023-000018호

제작 : 문화공감 사람과 길(휴먼앤로드) 063-445-4700, 인쇄 : (유)정민애드컴 063-253-4207, E-mail : newgunsanews@naver.com

Copyright 2020. MAGAZINE GUNSAN. All Right Reserved.

LOGIN
ID저장

아직 매거진군산 회원이 아니세요?

회원가입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으셨나요?

아이디/비밀번호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