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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평짜리 작은 책방 <봄날의 산책>으로의 초대
글 : 이진우 /
2022.04.01 15:51:34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세 평짜리 작은 책방 <봄날의 산책>으로의 초대

 

군산의 말랭이 마을에 책방 <봄날의 산책>이 문을 열었다. 우연히 지역의 마을재생사업 일환인 지역문화예술인 입주 공모전에 통과해서 얻은 작은 공간이다. 작가라는 이름을 쓰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나에게 이번 공모는 정말 행운의 열쇠였다. 함께 사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는 가치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소위 소확행 일상을 꿈꾸는 내가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책방을 선택했다.

'책방' 하면 떠오르는 물리적 공간만을 생각하면 너무도 협소했다. 그래도 한 평짜리 책방도 있는데 세 평이면 얼마나 큰가 하는 마음으로 책방준비를 했다. 어느 지인의 말대로 위대한 인간 세 사람이 누워도 충분한 공간 아니던가. 공간이 작으니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었다. 비치할 책 구매와 주거에 필요한 각종 비용도 소액이었다.

책꽂이 짜기와 설치는 환경운동 하면서 톱질하는 후배가 쉬엄쉬엄 해주었다. 투명 창문으로 바라보는 전망이 돋보이도록 꽃길을 걷는 소녀는 안나샘이 그려주었다. 책방 간판과 명함에 들어갈 그림, 책 들고 하늘을 나는 갈매기는 정글샘이 봉사해주었다.

 

벽시계 빗자루 방석 등 무엇이 필요한지 주의깊게 바라보며 챙겨준 구르미샘, 주문한 책들의 명세표를 보고 확인 정리하는 일을 척척 하는 정연샘. 이들의 도움과 사랑의 마음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여전히 책방은 잠자고 있을 것이다.

 

"무슨 책을 팔 거예요? 요즘 동네책방에서 책 사서 읽는 사람이 몇이나 있어요? 색깔이 분명해야 그나마 한두 권 팔려요. 또 책 관련 이벤트도 생각해야 손님의 눈길을 끌어요."

 


 

 

현재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후배의 충고를 들으면서 순간 잘하는 일인지 고민도 했었다.

"뭐 그냥 하고 싶어서 해보는 거예요. 많은 직업 명함 중에 책방 주인이란 말이 좋아서요. 저도 알아요. 돈 벌려면 책방하면 안 되지요. 저만해도 인터넷으로 더 싸게, 더 편하게 책을 사보니까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무 이익이 없어도 진짜 하고 싶은 거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져요. 미래의 이익을 준비하는게 목적이 아니예요. 삶의 끝 모서리가 다가올수록 더 부드럽게 둥글게 만들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죠. 내 맘이 웃을 수 있게 노년을 준비하는 뭐 그런 정도의 목적이랄까?"

<봄날의 산책>은 시와 에세이가 주종이다. 글쓰기를 하면서 도움을 받았던 글쓰기 관련 책들과 스테디셀러 인문학, 그리고 지역에서 글을 써서 책을 출간한 지역작가들의 책을 비치했다. 코로나로 지친 일상에 쉼터 역할을 해주었던 지난 2년 동안 재밌고 유익하게 읽었던 책들을 살펴보고 그중 100여 종의 책을 선별하여 주문하고 비치했다.

내가 좋아하는 책 이외에 다른 책에 대한 지인들의 의견도 구했다. 글을 쓰는 에세이팀들이 추천하는 책도 주문하고, 유명 작가의 갓 새로 나온 책은 수량을 늘렸다. 책방을 찾은 누군가가 주인장의 추천으로 책을 사겠다고 할 때를 꿈꾸며 주문한 책들도 있다.

'3월 첫 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책방 엽니다'라고 소문을 내놓았다. 그래야 게으름 피우지 않고 약속대로 책방지기로서의 첫 출발을 할 것 같았다. 오전에는 책방으로 와서 준비하고, 오후에는 학원 수업 하고 다시 밤에 또 책방에서 정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평온해지는 책방 공간의 숨소리를 느끼며, 평온한 미소를 지었다.

많은 지인들이 보내주시는 염려와 사랑을 생각해서라도 매일 나는 정신을 무장했다.

 

'지금 아니면 다시는 시도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해보자.'

정말 나는 왜 이렇게 정신 무장을 하면서까지 책방을 차리는가.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은가? 숨은 이야기가 많지만 그중 하나를 말하라면 '사람 속에 있는 나', '사람을 이어주는 나'로 살고 싶어서이다. 책방으로 오는 순간 나는 또 다른 세상을 꿈꾼다.

책방의 주인 역시 나 혼자가 아니다. 매 요일, 하루 3시간씩 도와주겠다고 자처한 에세이팀과 책방을 찾는 사람들 모두가 주인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옛 속담도 있지만 오히려 사공이 많으면 힘을 합해 배가 더 힘 있게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이 있기까지 정말 그랬다. 책방의 주인들은 각자의 재능으로 책방 오픈을 이끌어주었다.

 

아침 일찍 산 말랭이에 올라오니 까치 몇 마리가 수선스럽게 환영했다. 어제의 강풍이 웬 말이냐고 햇살도 부드럽고 따뜻했다. 찾아오는 사람들의 옷깃을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잡을 만큼참 좋은 날씨였다. 지인들의 톡방에 책방 오픈을 알리는 짧은 글을 썼다.

- 따뜻한 봄날 같은 당신에게 책방 <봄날의 산책>이 인사드려요. 오늘 당신의 발걸음은 어디로 갈까요. 군산 말랭이 마을에 세 평짜리 작은 책방이 문을 열어요. 어느덧 손 내미는 봄바람 따라 책과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동네책방입니다. 시와 에세이,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비치하구요. 첫 출발은 미약하지만 한 발 두 발 새겨지는 걸음으로 책방도 아름다운 변신을 꿈꾸겠지요. 바로 여러분이 산책길에 주실 사랑을 받을 테니까요.-

워낙 방이 작으니 한꺼번에 오시면 차 한 잔도 못 마신다고 소소하게 오시라고 덧붙였다.

 

책방을 여는 날, 지금의 나에게 작가라는 이름을 붙여준 배지영 작가, 에세이를 함께 쓰는 지역 작가들을 포함해서 선후배들이 와서 책을 구매했다. 지인 아닌 순수한 방문객이 5명이나 왔는데 그중 한 분은 내 블로그에 올린 말랭이 마을 이야기를 읽고 일부러 찾아왔다고 했다.오픈 날에 온 행운을 얻었다고 사진을 같이 찍어달라고까지 했다. 지인들이 그려준 예쁜 그림을 넣은 컵과 엽서를 책방굿즈로 준비해서 드렸다.

 

책방 첫 출발에 무려 25권이나 책을 팔았다. 함께 수고한 책방지기 효영샘은 20권이 넘었다고 야호를 외쳤다.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순항의 돛을 올린 <봄날의 산책>이 벌써 한 달째 항해 중이다. 누가 다녀갔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방명록을 다시 보니 손수 써준 그들의 글씨 속에 책방의 번영을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책방 이름은 안도현 시인의 <봄날, 사랑의 기도>와 이해인 시인의 <즐거운 산책>을 읽고 두 단어를 뭉친 결과 <봄날의 산책>으로 나왔다. 중의적 표현으로 봄날에 산책 나와서 산 책이라는 의미도 담았다. ‘꼭 봄날만 사야 되나요?’ 라고 물으며 웃던 후배에게 봄은 모든 만물의 첫 출발이고 희망이니 봄이 전천후 사계절 인거야라고 말해줬다.

 

이제 4월이 왔다. 오늘도 시 한편을 읽으며 4월에 피어날 군산 월명산의 벚꽃과 수많은 꽃 무리들을 기다린다. 4월의 사람들의 행진 속에 말랭이 마을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피어난 <봄날의 산책>으로 오는 산책 발걸음도 많아지면 좋겠다. 누구든지 차 한잔 대접할 기회를!

 

봄날, 사랑의 기도 안도현

 

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

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맞지 못했습니다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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