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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민포럼 봉사자들과 함께 연탄 1500장을 나르다-
글 : 이진우 /
2021.12.01 15:16:30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연탄을 품에 안은 사람꽃, 올겨울 동장군의 기세를 물리칩니다

-군산시민포럼 봉사자들과 함께 연탄 1500장을 나르다-

 

2년 만에 연탄을 만났다. 그 연탄을 날라서 연탄을 기다리던 누군가의 연탄 창고를 채웠다. 무료급식센터에서 만난 봉사자들(군산시민포럼회원들)이 연탄배달봉사를 한다는 소식에 딸과 함께 현장으로 나가면서 나의 어린 시절 연탄에 대한 추억을 얘기했다.

요즘 인기 있는 <오징어게임>에서 나오는 달고나를 연탄불에 해 먹다가 친정엄마한테 혼난 일, 죽을 만큼 일어나기 싫은 추운 겨울 새벽에 연탄을 갈며 냄새에 캑캑거렸던 일, 연탄불에 양은 도시락을 데웠던 일, 심지어 연탄가스를 마시고는 온 식구가 추운 마당에 누워 약 대신 동치미 국물을 마셨던 일 등등.

이제 21살인 내 딸은 동시대를 살고있는 내가 말하는 연탄 세상이 신기하기만 하다고 했다. 나에게 연탄은 생명의 도구이자 삶의 수단이었고 가족이었고 이웃이었다. 그러나 딸에게 연탄은 누군가를 도와주는 봉사자의 상징이니 연탄이 주는 표상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겠다. 그래도 서로에게 들려주는 연탄 얘기 말미에는 따뜻한 세상으로 가는 길목에 놓인 연탄 디딤돌이 있음을 확인하면서 봉사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나온 봉사자들은 70대 이모님들과 장년의 장정분들이 있었다. 가장 고령자인 김양자(78) 이모님을 포함해서 십 여명의 70대 이모님들은 연탄 나르기에 쉬운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지그재그로 서 있지 말고 한 줄로 서서 왼쪽 오른쪽 트위스트를 몇 번 추고 나면 다 끝난다고, 이런 봉사는 일도 아니라고 말했다.

내가 이끄는 청소년영어동아리 학생가족들도 곧 있으면 연탄봉사를 하는데 봉사자 모집 시 가장 필요한 부분은 힘을 쓸 수 있는 성인 남성들의 지원이다. 남녀의 구별이 따로 있느냐라고 한다지만, 연탄배달과 창고에 연탄쌓기 같이 정확한 힘을 써야하는 일에는 성인 남자들의 손길이 절실하다. 다행스럽게도 시민포럼의 남성봉사자들이 많이 나와서 큰 도움을 받았다.

 

연탄수혜자들이 사는 곳은 군산의 근대역사거리에 있었다.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은 이 거리에는 유명한 음식 장소가 모여 있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 무 하나로 유명해진 무 해장국집 '한일옥'이 있다. 또한 영화촬영지로 유명한 '초원사진관'이 있고 신흥동 일본식가옥이 줄지어 서 있다. 관광지 골목이어서 무심코 지나쳤는데 요즘에도 겨울 난방으로 연탄을 사용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곳이었다.

수혜자들은 대부분 월세로 살고 있었다. 집의 주인장들은 군산에 없고, 오래된 일본식 주택집이었다. 어느 집은 외풍이 심해서 이사 갈까도 생각했지만 사람이 살지 않으면 집 꼴이 금방 사나워져서 그냥 산다고 하셨다. 집 내부와 주위의 전경이 고즈넉해서 나이 든 사람이 살기에는 맘이 편하다고 말씀하셨다. 정말 어떤 집은 겉보기와 달리 월명산을 병풍으로 삼고 있는 정원이 아름다웠다. 때마침 김장거리로 무를 뽑아다 놓았는데 봉사자들의 수고에 고맙다며 하나씩 안겨주었다. 꼭 무생채를 해 먹으라는 당부에 집으로 돌아와 저녁반찬으로 생채를 준비했다.

 

두 시간 만에 연탄 15005가구(1가구 당 300장씩)에게 전달하는 봉사활동이 끝났다.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놀멍거리며 일했던 나를 대신해서 딸이 의욕적으로 연탄을 날랐다. 봉사자들과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 재미는 또 다른 양념이다. 20대 청춘을 계급장처럼 어깨에 단 딸에게 봉사자 이모들의 칭찬멘트는 딸에게 출렁거리는 감동의 물결이었다.

 

활동사진을 정리하면서 사람들의 면면을 보았다. 어느 누구하나 무심하게 그냥 일하는 봉사가 아니었다. 급식센터에서 만난 지 2년째, 도시락에서 가장 중요한 밥을 푸는 봉사자 이복님은 연탄봉사에서도 가장 열심히 하셨다. 수혜자 5가구를 다 돌 때까지 1500장의 연탄을 차에서 내려주었으니, 아마도 몸살이 나지 않았을까. 봉사자로서 작은 마음들을 모아 전달한 만큼 어르신들이 추운 겨울 따뜻하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활동 소감을 전했다.

 

얼마 전 학원에서 온라인 바자회를 통해 모여진 기부금으로 연탄을 구입하여 수혜자에게 전달 할 예정이다. 해마다 학부모님들의 열렬한 협조로 올해의 바자회도 목표한 기부금을 마련했다. 학원에서 공부해서 받은 장학금을 모아 기부금으로 낸 학생들도 있고, 학부모님들의 자발적 기부금도 있었다. 올해는 위드코로나 흐름을 타고 직접 연탄을 배달할거라고 공지했다.

 

올해 수능을 본 고3 학생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눈오는 날 연탄 나르기'였다고 대답한다. 바자회를 하면서 '올해는 꼭 연탄을 날라보자'라고 하니 벌써부터 학생들의 기대심이 하늘로 솟는다. 특히 수능을 끝낸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고 싶어한다. 학생으로서는 마지막 봉사활동이라고 꼭 연락을 달라니 기특할 뿐이다.

 

연탄하면 떠오르는 시 중에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에 나온 시구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느냐

이 단호한 명령문 앞에만 서면 언제나 나는 움츠려든다. 연탄이 나에게 호령하는 목소리에 저절로 내 삶의 모습과 방향을 살펴본다. 그러나 오늘 같은 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그것도 연륜이 가득한 인생의 스승들이 보여주는 행동하는 양심을 보면서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돌아오는 길, 딸과 함께 그리움으로 소환된 연탄얘기를 또 나눴다. 얼마 전 일부러 달고나(내가 어릴 때는 띠기라는 사투리를 썼다)를 해보자고 군산의 경암동 철길마을에 가서 철길옆에 놓인 연탄통에 둘러앉아 달고나를 만들고 누가 모양을 잘 베어내는지 내기도 했었다.

 

시간은 무심히 흘러만 가는 것 같지만 한 세대를 넘어서서 차오르는 추억의 잔상 위에서 우리모녀는 아름다운 상념을 허락받았다. 안도현 시인의 <연탄한장>에 나오는 말처럼, 딸아! 연탄 한 장으로 삶을 얘기하고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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