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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파 언덕의 쉼터 ‘청춘다방’
글 : 이진우 /
2021.07.01 11:19:30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은파 언덕의 쉼터

청춘다방

나수정 대표

 

글 오성렬(主幹)

 

은파에서 지곡동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초입의 신축 건물 청춘다방’. 온통 카페 일색인 세태에서 굳이 다방이라는 상호를 내 건 것을 보니 왠지 정감이 간다. 다방 문화를 겪은 중년을 넘긴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같은 느낌일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청춘다방은 이름만 다방일 뿐 여느 카페와 같은 분위기다. 이곳의 대표인 나수정 씨에 따르면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흔한 외래어보다는 우리말 이름을 갖고 싶어 그렇게 지었다는데 개성 있는 예쁜 이름 같다.

 

수년 동안 어린이집 교사와 초·중생 공부방을 운영하기도 했던 수정 씨가 지금의 100평 규모 부지를 매입하여 건물을 신축한 것은 작년 7월로서 어느덧 1년이 된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도 평소의 취미와 소질을 살려 전통찻집을 운영해보고 싶었던 소망을 이룬 것이랄 수 있는데 그에 따라 커피 관련 공부도 나름 열심히 했단다.

 

청춘다방의 건물 주변에는 황금낮달맞이를 비롯하여 종이꽃, 메밀꽃, 봉숭아, 기생초, 코스모스 등등 많은 꽃들이 바람에 살랑이며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고 그 꽃들 사이 커다란 뽕나무 한 그루가 연리지를 이뤄 운치를 더한다. 실내에서 보이는 밖의 풍경은 마치 액자 같은 여러 개의 창틀 안에 각각 한 폭의 그림처럼 멋스럽다. 멀리 은파 방향으로는 온통 초록으로 무성한 숲의 정경이 다가온다.

 

국내 다방의 역사

카페에 익숙해진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다방이라는 이름이 낯설 수 있겠으나 다방은 지난 70년 이상 우리 생활 속에 뿌리 내려온 하나의 문화코드랄 수 있다. 국내에 다방이 처음 선을 보인 것은 일제 강점기이던 1920~30년대 모더니즘 바람이 불면서부터인데 커피 값이 꽤 비쌌음에도 소위 모던보이, 모던걸을 자부하던 모더니스트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다방은 1930년대 들어 문화예술인들에 의해 주로 개업되며 대표적으로 시인 이상(李箱)의 경우 제비다방을 열고 운영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한 끝에 문을 닫았는가 하면 이후 여러 문화예술인들이 몇 차례 더 다방 운영을 시도했지만 서툰 경영과 사회적 인식 부족 등으로 끝내 폐업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후 국내 최초의 인스턴트커피는 1940~50년대 들어 한국전쟁 중 미군부대에 의해 도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일반 커피보다 간편함으로써 큰 인기를 끈 인스턴트커피는 미군부대를 통해 암거래가 성행하면서 외화유출현상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커피업체를 국내에 설립하는 것을 허가하기에 이르는데 이에 따라 동서식품이 최초의 기업으로서 맥스웰하우스라는 국내 최초 인스턴트커피가 출현하게 된다.

 

1960~70년대를 거치며 다방은 전 국민의 아지트라 불릴 정도로 확산되었고 군산에도 많은 다방이 늘어갔다. 당시 고려제지, 청구목재, 백화양조, 경성고무, 한국합판 등 향토기업들을 비롯하여 어업에서의 경제유발이 컸던 데다가 미공군비행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달러와 각종 물품까지 군산의 경제가 활성화를 맞던 시기였기 때문일 터다.

 

그래서 시내엔 각종 술집과 요정, 음식점, 여관, 다방을 비롯하여 영화동 일대엔 미군 대상 스트립쇼 주점, 의류점, 파친코오락실도 성업을 누렸다. 다방의 경우 당시 국도극장 부근의 초원다방, 여정다방, 중앙로의 만원다방, 아카데미다방, 구시청 앞의 심지다방, 국일다방, 평화동의 물망초다방, 대지다방, 샘다방, 영화동의 용꿈다방, 구역전의 역마차다방, 잉꼬다방, 미원동의 정다방 등이 하나같이 영업이 잘 되는 편에 속했다.

 

당시 다방은 업소에 따라 고객의 성향이 나뉘기도 했는데 예컨대 사업적 용무로 만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 있는가 하면 실업자와 건달들이 이용하는 곳, 대학생 등 젊은 층이 애용하는 곳, 지성인들이 모여 문학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곳, 음악 감상을 하는 곳, 뜨내기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 등 다양한 양상을 보였고 단골 고객들의 외상 거래도 많은 시절이었다. 또한 매출의 상당 부분이 배달에서 이루어질 정도로 배달이 성행하던 시절이어서 종업원 아가씨들이 마호(보온)병과 잔을 보자기에 싸들고 배달을 오가느라 거리를 누비는 모습도 예사로운 풍경이었다.

 

업소 안에서는 마담, 레지 등으로 호칭되는 종업원들이 한잔이라도 더 팔기 위해 손님 옆에 앉아 기분을 맞추고, 손님은 그녀들에게 차를 사주면서 허풍과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에서부터 별별 수작을 부리는 사람,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사람, 갖은 선물공세로 그녀들의 환심을 사서 어떻게 해보려는 사람,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을 혼자 차지한 것처럼 짐짓 고독한 채 하는 사람 등등 그야말로 천태만상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덧 추억에서만 존재하는 옛 세태일 뿐이다. 카페라는 이름으로 영업하는 지금의 커피점들은 배달은 고사하고 업장 안에서조차 직원이 커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그래서 손님들이 직접 커피 잔을 받아들고 자리로 가는 게 다반사일뿐더러 외상은 그만두고 선불을 내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수제 전통차/수제 과일청/커피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청춘다방 역시 이름은 다방이지만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는 영업 형태다. 하지만 다방이라는 이름에서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옛 향수를 떠올리며 잠시 회상에 젖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할 게다. 청춘다방의 고객층은 다양하다. 특히 여성고객들이 늘고 있다. 자가 건물로 세 부담이 없다고는 하지만 나수정 대표는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의 경우 2,000, 라떼 류의 경우 3,500원의 착한 가격대를 고수한다. 또한 딸기, 단호박, , 자두, 자몽, 복숭아, 레몬 등의 주스와 에이드 류는 4,500원 내외, 쌍화차, 대추차를 비롯한 10여 종의 차 종류는 4,000원 대로서 거의 모든 메뉴를 나수정 대표가 과일과 수제청 등으로 정성을 들여 손수 만든다.

 

바깥 경치가 모두 내다보이는 쾌적한 실내, 착한 가격대의 질 좋은 메뉴, 거기에 언제나 밝은 인상의 친절함이 몸에 밴 나수정 대표까지 청춘다방은 입소문을 타고 많은 이의 사랑을 받을 듯하다.

 

청춘다방

군산시 계산284(지곡동)

T.0507-1423-9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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