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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이야기> 이현웅 04. 보기와는 항상 다른 꿈
글 : 이현웅 /
2019.05.01 15:30:48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카페 이야기> 이현웅    

04. 보기와는 항상 다른 꿈    



 

카페 열풍이 불어 닥쳤다. 그 거센 바람은 쉬이 잦아들지 않는다. 서점에 가면 카페 운영에 관련된 책이 넘쳐난다. 그 책들은 한결같이 카페 운영의 성공 비결을 담고 있다. 누구라도 그 책들만 읽으면 멋진 카페를 차릴 수 있고 많은 단골을 확보하여 금세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이 글은 카페 성공을 위한 매뉴얼이 아니다. 오히려 카페를 하면서 겪었던 시련과 고난을 이야기함으로 카페를 차리고 싶은 당신의 열망을 꺾어 놓을지도 모른다. 카페를 차리고자 하는 사람들은 똑같은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은 망해도 나는 성공할 수 있다’ 나도 그랬다. 돌아보면 근거도, 턱도 없는 자신감이었다.    

 

그 카페를 찾은 것은 2016년 봄이었다. 서울로 종종 출장을 다니던 후배가 괜찮은 음악 카페가 있으니 함께 가보자는 제안을 했다. 기회가 되면 음악 감상 카페를 차리고 싶어 하던 내 바람을 익히 아는 DJ 후배였다.     

 

땅거미가 내려앉은 도시의 거리는 서서히 어둠에 잡혀 먹히고 있었다. 상가들은 생존을 위한 불을 밝히고, 거리에는 먹고 마시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 거리 어느 허름한 건물 2층에 카페가 있었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 벽면에는 팝 뮤지션 사진들이 크고 작은 액자들로 걸려있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면과 오른쪽 벽면을 가득 채운 LP 음반이 압도해왔다. 족히 몇 만장은 되어 보였다. 후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카페를 둘러보느라 더듬거리며 자리를 잡았다. 카페는 상당히 넓었다. 실내 장식과 명품 스피커만 보더라도 많은 돈이 들어갔을 카페였다. 출입문 옆으로 길게 있는 바 안쪽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카페 주인이었다. 페도라를 눌러쓴 그는 낯선 우리의 방문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음악소리 때문인지 손님을 맞이하는 의례적 인사조차 듣지 못했다. 카페 주인은 얼핏 보아 60대 초중반으로 보였다.     

 

처음 얼마간 주인과의 대화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분주해 보이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의 굳은 표정 때문에 쉬이 말을 붙이지 못했다. 무뚝뚝해 보이는 주인의 모습을 보면서 카페를 찾는 손님이 많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사장님, 음악 신청됩니까?”

주인의 관심을 끌 요량으로 고안해낸 말이었다. 

 

“예.”

짧은 대답이었다. 무성의하고도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장사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어갔다. 주인의 태도에 기분이 가라앉았지만 성의를 다해 신청곡을 썼다. 후배도 ‘기가 막힌 곡’을 신청하겠노라며 떠벌렸다. 반드시 카페 주인의 도도함을 꺾어 놓으리라는 결의는 차마 비장하기까지 했다. 성공적이었다. 신청 메모지를 받아 든 주인은 한참이나 메모지를 바라보더니 우리 쪽을 향해 이전과는 다른 눈길을 보냈다. 심지어는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신청곡이 없네요.”     

이런!     

 

“유튜브에 있을 텐데요.”

“유튜브 안 합니다.”     

 

카페 주인은 표정 없는 얼굴과 물기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청곡을 들려주지 못하는 미안함보다는 오히려 당당함이 묻어 있었다. 말문이 막혔다. 후배와 눈길이 마주쳤다. 신청곡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보다 주인의 태도에 뻘쭘해졌다. 결국 카페 주인과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카페 운영에 관련된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한 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서 후배는 카페 주인에 대한 험담으로 씩씩거렸다. 한참을 듣다 보니 지겨워졌지만 거의 울분에 찬 그를 말릴 수는 없었다.      

 

“주인이 저 모양이니 장사가 되겠어요? LP 음반이랑 스피커가 아깝네요. 에이씨.”     

 

후배의 말은 점점 거센 독설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 카페에 손님이 없는 이유를 주인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것이 함정이었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세월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손님들을 친절하게 대할 것이고,  따라서 내가 운영하는 카페는 성공하리라고 생각한 것은 서글픈 착각이었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쉬이 이루지 못했다. 그 카페와 주인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솔직히 고백하지만 그 생각을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었다. 옆에서 자던 후배의 코골이가 너무 심한 탓에 뒤척거리다 보니 이 생각 저 생각 중에 그 카페와 주인의 생각이 슬쩍 끼어들었을 뿐이다.     

 

어쩌면 그때가 카페를 차리려는 계획을 포기할 절호의 기회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확신하건대 당신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좀 더 읽어도 좋다. 다음 글에서는 당신의 의욕과 사기를 반드시 꺾어 놓을 것이므로 마음을 단단히 준비하기 바란다. 

 

만약 이쯤에서 카페를 향한 당신의 꿈을 접는다면 당신은 매우 현명한 사람이다. 꿈은 언제나 보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당신이 어떤 결정을 했든 함께 음악 한 곡 들어보자. 아일랜드 출신의 얼터너티브 락 그룹 크랜베리스(Cranbarries>가 '자신의 꿈은 항상 보기와는 다르다'라고 부르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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