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nsan Civic Choir
천상의 하모니 ‘군산시립합창단’ 박지훈 상임지휘자
1983년도 창설되어 올해로 33년째를 맞고 있는 군산시립합창단은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정기연주회 외에도 기획연주회, 찾아가는 연주회 등을 통하여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중흥기를 맞고 있는데, 지난해 7월 새롭게 부임한 뒤 넘치는 열정과 멋진 지휘로 새바람을 불어 일으키고 있는 박지훈(43) 상임지휘자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세무공무원이셨던 부친을 따라 첫 돌 때 서울로 이주하였다는데 부친께서 개인적으로 신학을 공부, 40세 무렵 목사 임직을 받음으로써 자연스레 기독교적 가풍 속에서 성장기를 보내게 되었다. 따라서 교회 성가대에서의 활동과 고등학교 재학 시절엔 교내 합창단 지휘를 맡기도 하는 등 재능을 키워갔으며 중앙대 작곡과에 진학, 2학년 때 윤학원 교수의 문하로 들어가 작곡과 지휘 공부를 사사, 실력과 함께 음악적 성장을 이루어 나가게 된다. 특히 작곡에 출중한 재능을 보여주는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영감을 가다듬으며 곡 쓰기에 매달렸고 지금까지의 작곡 편수만도 대략 500여곡 이상이 넘거니와 그 곡들 중 ‘도라지꽃’ ‘봄날’ 두 곡은 애잔하면서도 슬픈 우리 민족 특유의 정서를 잘 담아냄으로써 중, 고 교과서에 실리기도 할 만큼 입증된 실력으로 이미 중견작곡가의 반열에 서고 있다.
작년 7월 부친의 고향이기도 한 군산시립합창단의 상임지휘자로 부임한 그는 부임 일성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합창단으로 가꿔 군산이 자타가 공인하는 문화도시로 자리매김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는데, 그 일환으로 전통 클래식 곡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객층을 아우를 수 있는 자신의 자작곡으로 군산시립합창단 만의 연주 레퍼토리를 창안할 구상도 가다듬고 있다. 그의 연주회의 특징은 노래와 함께 테마가 들어 있는 촌극 형식을 가미함으로써 관객들에게 훨씬 큰 재미를 준다는 것인데, 지난 2월, 어머니를 주제로 한 연주회는 뮤직박스 형식을 빌린 다양한 장르를 접목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즐거운 분위기를 안겨주었거니와, 2월 말에는 세계 최대의 합창축제 ACDA(미국 합창연합회)컨퍼런스에 아시아대표로 출전한 국내 안산시립합창단이 미국 곡 2곡과 그가 작곡한 세월호의 슬픔을 테마로 한 ‘슬픈 바다의 노래’등 두 곡을 우리말로 불러 당시 장내에 있던 세계의 지휘자들이 자리를 박차고 기립 박수를 보내는가 하면 슬픔을 못이긴 관중들 사이에서 감동의 눈물을 닦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하였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서 그의 이름을 세계에 떨치고 더불어 군산시립합창단의 위상도 한껏 드높인 계기가 되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지난 3월 19일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의 정기공연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제목의 어린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북돋우기 위한 기회연주회로 펼쳐졌다. 이날 공연은 관내 초등학교 학생들도 다수 무대에 섰고 가정이나 밖에서 어린이들이 어른들로부터 부당하게 무시되거나 학대받는 현실을 촌극으로 잘 풍자함으로써 어린이 보호에 대한 계몽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 이는 금년 들어 ‘어린이행복도시’를 표방한 군산시의 방향성을 살린 의미 있는 공연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박 지휘자는 공연 시작에 앞서 짤막하면서도 익살스런 자신의 출연 영상으로 장내에 웃음꽃을 피게 한 뒤 무대에 나와 “군산에 와서 보니 유독 동신아파트가 많아 왜 그런가 하고 의문을 가졌는데 알고 보니 군산시장님 이름이 ‘동신’이라서 그런 것 같다“는 재치 있는 농담으로 장내를 꽉 메운 관중들로부터 폭소를 자아내게 했는데 마침 공연에 참석한 시장께서도 웃음을 머금고 무대에 나와 박수 속에 객석을 향하여 인사말을 남기는 등 시종 여유롭고 즐거운 공연을 펼침으로써 어린이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새삼 일깨운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그동안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의 전국 합창대제전에 수회 초청 연주 경력을 지닐 정도로 탄탄한 기본 실력을 갖춘 군산시립합창단. 작년 군산 부임 이후 여러 번의 연주회를 거치면서 나날이 새로운 기획과 레퍼토리로 신선한 감동을 주고자 최선을 다 하는 박 지휘자는 오는 9월 공연은 한국최초로 단원들 모두 한복 차림으로 무대에 서 한국과 관련된 음악만으로 군산시민들께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주고 싶다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야말로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도 있듯 우리 음악을 더욱 고급스럽게 잘 다듬어 국내를 넘어 서 당당히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게 목표라는 말을 들려주는데, 이 말 속에서 그의 음악적 포부와 넘치는 열정이 잘 드러나고 있다. 아무쪼록 박지훈 지휘자를 맞은 군산시립합창단이 더욱 수준 높은 연주 실력과 앙상블로 일취월장을 거듭하여 시민들의 사랑 속에 널리 세계에 이름을 떨치는 합창단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군산시립합창단
군산시 백토로 203. 예술의전당 내
Tel. 063)454-5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