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라디오 시사고전 박재희 원장이 꺼낸 화두가 ‘경장’이었다. 우리에겐 낯익은 갑오경장이란 단어가 있다. 역사의 한 사건으로만 기억되고 있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경장’의 의미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경장(更張)이란 말은 한 나라 때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동중서’가 당시 황제였던 한 ‘무제’에게 올린 글에서 유래하는데, 진나라의 뒤를 이어 건국된 한나라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재등용과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금슬부조(琴瑟不調)면 필 해이경장(必 解而更張)이라! ‘거문고를 연주할 때 음률이 맞지 않으면 줄을 다시 풀어서 새롭게 매어 연주해야 한다.’ 국가도 지나간 시대의 가치로 더 이상 국가를 운영 할 수 없다면 새로운 개혁의 경장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고전이 어찌 나랏일을 걱정하는 곳에서만 통용되겠는가? 나의 삶에서도 꼭 새겨야 할 아름다운 고전이지 않을까싶다.
임진년 한 해가 어느덧 다 지나가고 이제 한 달 가량 남았다. 사사로이 돈 많이 벌고 건강하고 소중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한해가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시작한 한해의 마무리 시간이 오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국회의원선거니 아직 치르지 않은 대통령 선거니 굵직한 나랏일꾼들을 선출하는 해 라서 더 의미를 부여하는 해 일지도 모른다. 나라를 걱정하든, 개인의 안위를 걱정하든 그 걱정의 수위와 깊이를 넘어, 한 해를 보내오면서 혹, 나에게만 지나치게 관대하게 나를 용서하고 타인의 잘못은 참지 못하지는 않았는지? 많은 이들의 이익을 위해 나의 이익을 희생하기 보다는 나의 이익을 먼저 넘보지는 않았는지? 각 종 부정과 비리 등의 주변에서 떠도는 숫한 모럴헤저드 사건들을 보고 흥분하면서 나의 느슨함은 느끼지 못했는지? 나조차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경장(更張)! 이미 지나버린 임진년 한해 첫 마음이 끝과 같이 일정하지 못 하는 것이 사람의 인지상정 일 테지만, 이제 쿨 하게 지난 과오를 잊고 헤이해진 내 마음속의 거문고 줄을 다시 단단히 조여 매고, 2013년 계사년(癸巳年)을 맞이해야 할 일이다. 천간 계(癸)는 검은 색을 의미하고, 지지 사(巳)는 뱀을 의미하니, 계사년은 흑사(黑蛇), 즉 검은 뱀의 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뱀이 징그럽다고 생각하지만, 뱀은 지혜로운 영물로 취급받기도 하고, 풍요와 다산을 의미하는 영물로 우리 민족과 함께 했다.
뱀은 늘 이중적인 모습을 감추며 우리민족에게 오랫동안 12지신으로 섬겨져오고 있는 동물이다. 나의 거문고 줄이 단단히 조여 있다면 뱀의 장점이 될 것이고 느슨해진 줄로 새해를 시작한다면 뱀의 어두운 모습의 한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고전에서 배우는 지혜, 금슬부조(琴瑟不調)면 필 해이경장(必 解而更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