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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구의 독서칼럼: 책과 사람 그리고 세상 이야기 - 김희선. <247의 모든 것>. 은행나무, 2024.
글 : 공종구 / kong@kunsan.ac.kr
2025.04.30 10:11:03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오직 사랑만이 인류를 구원하리니!

 

이 세상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정도로 임팩트 있는 대격변의 사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무엇보다 먼저 전쟁을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전쟁의 역사가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전쟁은 대규모의 인명 살상은 기본이고 난민과 고아 등 직간접적인 피해자들에게 평생 가도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하기 때문이다. 물적 피해로 인한 복구 비용 또한 천문학적인 규모로 엄청나다. 그런 점에서 전쟁은 그 어떤 명분이나 이유로도 정당화되거나 합리화 되어서는 안 되는, 한마디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이다.

전쟁 다음으로 임팩트 있는 사건으로는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 전지구적 규모의 감염병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창궐 이후 유럽 인구의 약 3분의 1을 사망시킬 정도로 대유행을 했던 중세의 흑사병,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이 사망했던 1918년의 스페인 독감을 비롯하여 천연두, 에볼라, 사스, 신종 플루 등등. 감염병의 역사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하고 있는 전지구적 규모의 감염병들은 창궐할 때마다 인류를 불안과 공포의 수렁으로 몰아갔다. 그 중에서도 현재 우리들에게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뿜하는 감염병은 단연, ‘코로나 19바이러스이다. 2019년 중국의 우한에서 시작됐다고 하는 코로나 19는 한창 대유행을 하던 때에 비하면 적막강산의 형국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종식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직까지도 끊임없이 숙주에 기생하며 살아남은 변종들이 끈질기게 우리들을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칼럼 대상 텍스트로 김희선의 '247의 모든 것'을 소환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이 작품의 저자인 김희선에 대해 잠깐 소개를 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듯싶다. 김희선은 현재 약사이다. 상식적인 세속의 시각으로 보면 본업이 약사이고 소설가는 부업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이 보여주고 있는 작품의 완성도와 밀도를 가지고서 판단하건대, 김희선에겐 본캐와 부캐의 구분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 둘 사이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워 보일 정도로 이 작품의 서사는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며 문장 또한 오랜 공력이 느껴질 정도로 아주 유려하고 힘이 있기 때문이다. 약사로서의 전문 지식이 이 작품을 쓰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이번 작품이 올해 제32회 대산문학상 수상 작품으로 선정된 것도 소설가로서의 김희선의 내공과 역량이 전문가들로부터 정당한 인정과 평가를 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심사 위원들은 심사평을 통해 바이러스의 상상력과 관련한 생태적 탐문의 중요성을 숙고하게 하고, 이야기꾼이 내 이야기를 하는 존재이기 이전에 다양한 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헤아리며 고뇌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환기한 점을 수상작 선정의 이유로 들고 있다. 변종 니파 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이자 인류 최후의 숙주라는 이유로 이 세상으로부터 영원히 격리추방되어 최후를 맞이하는 인물을 통해 관계와 윤리의 본질을 묻는 이 작품의 문제의식에 비추어 볼 때 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심사평에 화답이라도 하듯 김희선은 수상 소감에서 코로나가 세계를 덮쳤을 때 우리는 다 함께 야만의 시대로 되돌아갔다. 누군가를 가두고, 악마로 몰고, 사생활을 파헤쳤으며, 삶을 파괴했다. 이처럼 목소리가 없거나 낼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소설가의 의무라고 믿으며 글을 써 왔다고 하면서 일하는 공간은 작지만,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 각각이 하나의 우주라며 처방받아 가는 이들의 손을 보면서도 숨겨진 삶을 궁리하고, 공간 너머에 집중하며 사회 문제도 깊이 탐구한다”(한겨레, 2024. 11.6())며 작가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있다.

 

이 작품은 치밀하게 계획된 세계질병통제센터(WCDC)의 변종 니파바이러스 프로젝트를 통한 일종의 사고(思考)실험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박쥐와 돼지를 매개로 전파되었다는 변종 니파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의 디스토피아적 가상 현실에서 여과 없이 드러나는 인간 존재들의 무의식의 민낯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변종 니파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이자 인류 최후의 숙주였던 247이 죽었다는 소식은 세계질병통제센터 홈페이지의 공지란에 처음 게재됐다”(7)는 문장으로 이 작품은 서사의 막을 연다. 이후 이 작품의 서사는 서사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김홍섭이라는 인물의 과거 이력과 개인사에 대해 다소 장황하다 싶을 정도로 구체적인 정보 제공과 설명으로 이어진다. 그 정보와 설명에 의하면, 김홍섭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박쥐와 관련된 충격적인 경험을 한 바 있으며 고등학교 졸업 이후 열대 지방인 P국의 약대에서 미생물학과 약학을 전공한 후 귀국해서 W시 외곽에 위치한 축산연구소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세계질병통제센터의 프로젝트에 의해 변종 니파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이자 최종 숙주의 배역을 할당받은 이후 공분과 혐오의 대상으로 타자화악마화되어 247이라는 기호로 새롭게 정체화되는 김홍섭이 우주선에 태워져 이 세상 바깥으로 영원히 추방당하는 상황으로 끝나는 게 이 작품의 서사 얼개이다.

 

김홍섭이 변종 니파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이자 인류 최후의 숙주로 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빌미가 되는 것은 파라세타몰이라는 불법 제조 해열제이다. 이 알약으로 인한 파국은 본래의 니파바이러스보다도 수십, 수천 배 더 강력하고 광포하게 변해버린 끔찍한 변종”(103)인 변종 니파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 대감염의 확산을 우려한 세계질병통제센터에서 해열제를 특수 중점 관리 의약품으로 지정한 후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만 구입”(104)할 수 있는 강력한 통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시작된다. 이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인물은 나집이라는 이름의 불법 체류 이주 노동자이다. W시 외곽의 돼지 농장에서 일하는 그는 발열 증상에도 불구하고 불법 체류자라는 자신의 신분 때문에 해열제 처방을 받을 수가 없게 된다. 그러한 상황에서 다른 도시에 거주하는 자신의 부인을 찾아갈 일이 발생하는데 부인 또한 마찬가지 처지이다. 부인을 만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약국을 찾아간 그는 읍소와 통사정 끝에 불법 제조 해열제인 파라세타몰을 손에 넣은 후 부인을 만난다.

 

김홍섭이 그 문제의 알약에 연루되는 계기는 지독한 불면증과 극심한 두통이다. 불면증은 하루에 한숨도 제대로 잠들지 못할 정도이며 두통 또한 누군가 머리를 도끼로 내려쳐서 반으로 쪼개는 듯한 기분”(139)이 들 정도로 심하다. 그 정도로 지독한 불면증과 두통은 아프리카 돼지 열병의 창궐 당시 살처분의 방식으로 들판에 대량으로 생매장된 참혹한 현장, 구체적으로 얇은 흙과 비닐 아래 무한하게 많은 돼지들이 비명을 지르던 얼굴 그대로 파묻혀 있던 돼지들의 생지옥”(129)이라는 표현이 조금도 과장이 아닌 그 현장을 다녀온 이후 시작된 악몽과 트라우마 때문이다.

 

새로운 돼지 바이러스 출현을 감시하기 위해 방문한 돼지 농장에서 김홍섭은 나집으로부터 파라세타몰 이야기를 듣게 된 이후 문제의 그 약사를 찾아가 통사정 끝에 약을 처방받는다. 그 이후 김홍섭은 급하게 출근을 서두르던 신고자와 충돌하게 되고 충돌 현장에서 알약을 떨어뜨리게 된다. 그 알약을 주운 신고자는 약사의 친구이자 자신의 주치의인 의사에게 그 알약을 신고하게 되면서 김홍섭은 변종 니파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이자 인류의 최종 숙주로 판정을 받게 된 후 247이라는 기호로 사물화된다. 이후 247은 우주선에 태워져 이 세상 바깥으로 영원히 추방당하게 되는 운명을 맞이한다.

 

이러한 서사 설정을 통해 작가 김희선이 전달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의 핵심은 무엇인가? 247의 추방 이후 우리들이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거주해야 하는 이 세상은 모든 바이러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청정 구역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답은 당연히, “그날, 247이 죽던 날, 놈이 타고 있던 인공위성을 쳐다본 뒤로 단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했다는 거. 난 분명 감염됐을거야.”(11)라는 목격자의 강박적인 불안이 극명하게 웅변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마지막 질병은 바이러스라고 한다. 따라서 인류의 역사와 운명을 같이해 온 바이러스 또한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완전한 종말은 불가능할 것이다. 더욱이 니파바이러스처럼 인수공통감염이 유행하는 세상에서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방법이 있다면 인간 중심주의종 차별주의로부터 벗어나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을 지구 생명 공동체에 같이 거주하는 동료 주민으로 서로 존중하고 보살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더불어 작품 서두와 말미에 기하학학적인 대칭을 형성하면서, 247이 우주선에서 소멸 직전에 지구촌의 인간들에게 전달했다고 하는, “서로 사랑하고 아끼세요. 오직 사랑만이 인류를 구원할 겁니다.”(14), “너희들은 서로 사랑하라.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사랑이 결코 인간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사랑은 모든 존재, 하다못해 미생물, 바이러스 우주먼지에까지”(210)라는 메시지야말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의 핵심을 압축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이 글을 매조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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