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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많이 든 군산에서 인생을 정리하기로 결정했죠!”
글 : 조종안(시민기자) / chongani@hitel.net
2014.10.01 11:45:49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문창호(60) 군산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과 교수. 그는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마치고 서울대에 진학, 건축과에서 학부(학사)·대학원(석사·박사)을 마쳤다.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와 기간산업체 산업기능요원으로 중동(이라크)에서 5년간 근무하며 실무경험도 쌓고 군 복무를 대체했다. 1989년 전남 순천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 1995년 군산대학교에 부임하면서 가족이 모두 군산으로 이사하여 지역에 뿌리를 두고 생활해오고 있다. 

 

문 교수는 “지금의 아내(신상진)와 결혼해서 아들 셋을 두었는데 큰아들은 서울대 토목과를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 중이며 둘째는 의학도로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있다.”라고 가족을 소개했다. 제일고 1학년에 재학 중인 늦둥이와 세 식구가 한집에서 지낸다는 문 교수 부부를 만났다. 

 

 


 

정년퇴직 후 여생은 정이 많이 든 군산에서 보낼 것 

부창부수, 문 교수 부부는 작은 일도 서로 돕고 상의하며 가정을 중시하는 생활 습관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고등학교까지 가정을 중심으로 교육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기 때문에 학습을 위주로 하는 특목고보다 인성교육이 우선인 일반고에 보냈다는 것. 문 교수는 “셋째인 늦둥이는 가족 모두에게 큰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라며 행복해한다.

 

그는 살아오면서 인생의 성패를 좌우할 갈림길을 세 번 맞았는데, 그때마다 잘 선택한 것 같다고 말한다. 첫째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건축학을 전공했고, 두 번째는 사회로 진출해서 꿈을 펼쳐보고 싶었으나 지도교수 권유로 학문의 길로 들어선 것, 세 번째는 정년퇴임 후 여생을 보낼 곳으로 수도권을 생각하다가 군산으로 결정한 것 등이란다. 

 

“나이를 먹으니까 자연스럽게 노년을 설계하게 됩디다요. 가장 중요한 것이 거주지였죠. 무미건조한 아파트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염증을 느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로망인 풍광이 좋은 곳에 단독주택을 한 채 짓고 사는 꿈을 여러 차례 꾸었거든요. 서울 변두리를 비롯해 군산 은파국민관광지. 금강하굿둑과 오성산(227m) 부근 등을 돌아다녔지만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했습니다.  

 

정년퇴임 후 고교 및 대학 동창들이 많이 사는 수도권에서 말년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직장생활 하면서 자식 낳아 기르고 인생의 중요한 기간을 보내서 정이 많이 든 군산에서 인생을 정리할 것인가를 놓고 많이 고민했죠. 늦둥이 교육 걱정도 되고요. 하지만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이곳저곳 돌아보다가 이곳(나운동)으로 거주지를 정하고 2012년 12월에 입주했죠. 대지 160평에 건평 100평(지하실 포함)이지만 비용은 서울의 13평형 아파트 구입비밖에 들지 않았어요. (웃음)”

 

집에서 조용히 지내기를 즐기는 아내는 ‘방독귀신’

문 교수 집에 도착하니 추억의 빨간 우체통이 가장 먼저 반긴다. 언뜻 보기에도 자연의 숨결이 느껴지는 친환경 주택이다. 심한 경사를 정겹고 아늑한 고샅길처럼 굽은 계단으로 처리한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시멘트 담장 대신 자연의 기운이 전해지는 바윗돌(조경석)로 마감하고 진한 흙냄새까지 풍겨 마음을 편안하게 하였다.  

 

문 교수는 “빨간 우체통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구입하였고, 밖에서 우체부가 우편물을 넣어주면 내실에서 키로 문을 열고 우편물을 꺼낼 수 있는 형태를 선정했다”면서 “집은 설계과정에서부터 기(氣)에 관심이 많은 집사람(아내)과 끊임없는 토론을 하였고, 조언도 많이 들었다”라며 집 소개와 함께 건축 과정에서 겪은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특히 집사람은 밖으로 나돌아 다니는 것보다 집에서 도예도 하고, 서예도 하고, 텃밭과 정원을 가꾸면서 조용히 지내는 것을 즐깁니다. 그래서 제가 ‘방독귀신’이라고 놀리죠. 이 집을 지으면서도 하루를 거의 집에서 보내는 아내를 위한 맞춤형 주택을 지으려고 노력했어요. 집 주인도 아내입니다. 등기를 아내 이름으로 냈고, 옥호도 아내 호를 따서 ‘난재루(蘭哉樓)’로 정했거든요. (웃음)” 

 

설계 단계에서부터 의견을 많이 나눴고, 설득도 많이 했다는 부인 신상진(58)씨 얘기를 들어봤다.  

 

“제가 감히 ‘기’에 대해 논할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책을 봐오면서 생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이론은 우리 가족 중심으로 적용했습니다. 현대적이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가족들에게 생기가 흐를 수 있도록 기운의 원활한 순환과 소통을 위해 자연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했어요. 심하게 경사진 넓은 공간에 도예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는 지하실(다목적실)을 만들어 밖이 잘 보이도록 창을 달고 탁구대를 설치한 것 등이죠.   

 

저는 주거생활에서 채광과 통풍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시원한 공기와 밝은 빛, 나무가 많아 신선한 공기가 머무는 집을 좋아해서 전에 살았던 아파트에서도 자주 앞뒤 창문을 활짝 열고 지냈어요. 창문에는 가벼운 레이스 천을 살짝 드리웠지 두꺼운 커튼은 치지 않았어요. 이러한 저의 취향이 설계에 반영되도록 남편과 의견을 나누면서 설득을 많이 했습니다.”

 

 


 

정원 가꾸기는 하나에서 열까지 아내 몫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바둑판 모양으로 꾸며진 잔디밭과 주변의 자연석, 다양한 수목들, 이름 모를 야생화 등이 조화로운 풍경을 자아내며 발길을 멈추게 한다. 한쪽 구석의 석등과 물양귀비가 떠 있는 옹기그릇은 정원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싱그러운 꽃들과 대화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테라스와 쌈 채소를 가꾸는 텃밭도 있어 집토끼라도 한두 마리 풀어놓으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래는 신상진씨 설명.

 

“평소 초록으로 물든 정원을 꿈꿨기에 조경 관련 서적과 사례집을 보며 가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콘셉트를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예쁘게 가꿔도 집에 어울리지 않거나 가족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실패작이 되기 때문에 모두가 좋아하는 친환경 정원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텃밭도 가꾸고, 가족이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계단과 통로를 구부러지게 배치한 것도 그 이유죠.  

 

외부에서 보는 거부감을 없애려고 옹벽 대신 조경석을 쌓고 호랑이 가시나무, 동백, 소나무, 꽝꽝나무, 영산홍, 단풍나무, 눈향나무 등 낮은 나무를 심었는데 정원 가꾸기는 하나에서 열까지 제 몫입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나무는 공작 단풍이고요. 회화나무는 예로부터 집안에 심으면 가문에서 큰 인물이 나오는 길상목이라 해서 심었어요. 저쪽 구석에 있는 석등은 친전에서 가져왔죠. (웃음)”

 

옆에서 듣고 있던 문 교수는 “공사를 하던 어느 날 동네 터줏대감에게 ‘이 지역이 택지로 개발되기 전에는 이곳(집터)에 큰 제각(祭閣)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랫동네로 옮겼다’는 말을 듣고 명당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었다.”라며 거든다.

 

문 교수는 “작은 정원이지만 이름 모를 새들이 자주 들르고 동네 개나 고양이도 자주 놀러 온다”면서 “원형 탁자에 앉아 점심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정원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노트북을 가져와 정원에서 일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른다.”라고 덧붙인다. 

 

 


 

식탁보다 주방 위치가 더 중요한 이유는

원형으로 설계된 거실은 천정이 높고 원목을 많이 이용해 향이 그윽하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신상진씨 솜씨의 도예 작품 몇 점과 전통 고가구가 놓여있을 뿐, 귀여운 꼬마들 사진이 벽을 온통 차지하고 있어서였다. 가족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에 유명 작가의 작품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니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거실은 생활의 중심 공간이어서 ‘기’ 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남쪽으로 높고 큰 창을 냈어요. 도예 작품은 고난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어머니와 자식을 형상화했고요. 고가구는 아파트에서 이사할 때 가져왔죠. 작품을 말씀하시는데, 비싼 그림보다 그리운 사람(손자들)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사진이 더 좋잖아요.(웃음) 훗날 손자들이 찾아와 놀 때를 대비해서 2층 데크와 난간, 계단 등 아이들 안전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주방에서도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부분 아파트와 일반 주택은 자연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식탁이 놓이고,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은 벽을 바라보는 구조인데 그 반대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식사도 중요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건강을 더 생각해서 설계했다.”라고 말했다.

 

“식구들이 아침저녁 식사시간에만 잠깐씩 머무는 식탁 위치보다 일하는 시간이 많은 주방 위치가 더 중요하다는 아내 주장을 반영했어요. 집사람은 요리를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식구들 건강을 위한 음식을 만드는,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곳이니 생기가 돋고 기운이 상승하는 주방이 필요했던 것이죠. 아내는 일하다가 눈만 들면 자신이 가꾼 녹색 정원이 정면으로 보이고, 집에 들고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며 좋아합니다.”   

 

 


 

그는 “집을 방문한 손님이 음식물 냄새로 기분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방과 식당을 거실과 완전히 분리해서 배치했다”면서 “주방용 가구 구입은 물론 세탁실 위치, 세탁물 자연 건조장 설치 등 모두 아내 의견을 따랐다”고 덧붙였다. 이어 옥상에 설치한 주택용 태양광 발전기(3KW)에 대해서도 얘기를 들려주었다.

 

“설치비의 50%(4백만 원)는 정부에서 지원받았죠. 낮에 태양광 발전이 작동되어 집에서 사용하고 남으면 한전으로 역류했다가 밤에 다시 받아 사용하기 때문에 여름에 에어컨을 켜도 부담이 없습니다. 매월 전기요금은 제로이며 TV수신료(세금포함) 5000원씩 내죠. 경제성은 크지 않지만 공해 방지와 에너지 절약에 동참한다는 생각에 기분은 좋습니다.

 

저는 집을 짓는 과정에서 상당한 재미를 맛봤습니다. 부부가 함께 집을 설계하고 지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된 것도 큰 소득이었죠. 이제는 이웃과 함께 즐기면서 건강하게 사는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웃음)”   

 

문창호 교수 부부가 온 정성을 기울여 지은 친환경주택을 재미있게 구경하고 나오는데 ‘대대로 인간은 자신들이 사는 시대의 건축과 하나였다’는 오스트리아 건축가 아돌프 로스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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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5 13:15:48) rec(344) nrec(378)
멋지게 사시는 교수님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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