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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집 밥 같데요! 삼학시장 골목 안 ‘성주식당’
글 : 오성렬(자유기고가) / poi3275@naver.com
2014.06.01 18:14:33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그 식당에서 밥을 먹어본 사람들의 이구동성 첫마디는 “꼭 집 밥 같아요!” 라는 말이다. 틀에 박힌 식당 상차림이라기보다는 마치 어릴 적 어머니가 차려주던 밥상을 연상케 할 만큼 푸짐하고 맛도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신없이 먹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과식하기도 한다는 이도 있는데, 이 집의 주인인 박정순(65)씨는 자기가 차려준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손님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그럴 때면 아낌없이 더 주고 싶어진단다. 

 

 


 

박정순 씨가 식당업을 한지는 올해로 33년째로서 맨 처음 시작한 것은 포장마차였다. 그 뒤 식당으로 업종을 바꿔 수송동, 삼학동 등 여러 곳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데, 40대 중반 뜻하지 않게 남편과 사별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가뜩이나 생활도 어려운데다가 다섯 남매인 자식들의 뒷바라지는 모두 그녀의 몫으로 남겨져 새벽 눈 뜨는 순간부터 늦은 저녁까지 한눈 팔 새 없이 온통 일에 파묻혀 살 수밖에 없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러면서도 다섯 자녀가 모두 착하게 성장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낙으로서 그럴 때면 피곤함도 잊고 힘이 나기도 했다. 지금은 나이 탓인지 체력도 예전 같지 않거니와 경기가 너무 안 좋아 겨우 명맥이나 유지할 정도지만 한 시절 너무도 호황인 때도 있어 열심히 모은 돈으로 아파트도 장만하고 자녀들도 결혼 시켜 지금은 아직 미혼인 막내와 단둘이 단출하게 지내고 있다는 박정순 씨. 본래 부안 태생으로서 72년도에 결혼과 동시 군산으로 이주했다는 그녀는 처녀 때만 해도 밥도 해본 적이 없을 만큼 음식과는 거리가 멀었다는데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솜씨가 좋았던 친정어머니의 유전자 탓인지 점차 관심과 함께 소질이 발현되어 결과적으로 평생을 식당업으로 보내게 된 셈이다.

 

 


 

성주식당은 오랫동안 해 온 아구탕을 전문 메뉴로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 집의 청국장 맛을 못 잊어 찾는 손님이 많은 편이다. 커다란 냄비에 보글보글 끓여주는 청국장은 맛깔스런 김치, 두부와 어우러져 

몇 숟갈 뜨면서 벌써 기가 막힌 맛을 내는데 박정순 씨 말에 의하면 청국장은 사실 어느 집 것이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같이 넣고 끓이는 김치에 의해 맛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접시에 푸짐하면서도 정갈하게 담겨 나오는 이 집의 겉절이는 이미 정평이 나있고 포기김치, 총각김치, 백김치 할 것 없이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돌 정도다. 여타 반찬으로 상에 오르는 게장이며 생선구이, 온갖 나물 등도 맛이 좋아 생각 없이 먹다가는 과식하기 일쑤라는 어느 단골손님의 말에 공감이 간다.

 

 


 

음식 맛에 대한 비결을 묻자 박정순 씨는 딱 한마디 말로 정의를 내린다. 모든 음식을 ‘내 가족에게 먹이는 음식’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정성은 말할 것 없고 그래서 인공 조미료도 첨가하지 않는다는 것. 그녀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에는 오랜 객지 생활을 하는 자녀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녀도 필경 식당에서 밥을 사먹을 때가 많을 텐데 재료의 신선도 문제, 과다한 조미료 첨가 등 마땅찮은 음식을 먹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면 양심이 허락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주식당을 찾는 모든 손님의 상에 내는 음식은 자신의 가족에게 먹이는 음식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그것은 신조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다만 업소의 위치가 깊은 골목 안 이어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점이 영업의 어려움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박정순 씨 말에 의하면 그래서 뜨내기손님 보다는 옛 수송동, 삼학동 시절부터 단골이었던 손님들이 그 때의 맛을 잊지 못해 지금도 꾸준히 찾아주고 있고, 한 번이라도 다녀간 손님 중에는 다음에 꼭 지인을 데리고 온다든가 해서 입소문도 타는 덕택에 운영에 크게 어려움은 없단다. 필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마침 중년의 여성 세 명이 찾아왔는데 인상이나 옷차림 등 모두 멋쟁이로 보이는 손님이었다. 그 중 이곳을 다녀간 적이 있는 친구가 두 명의 친구를 데리고 온 듯 했는데 친구 따라 온 두 여인은 식당 안에 들어서면서부터 마뜩찮은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한마디로 ‘나를 뭘로 보고 이런 시시한 데를 데리고 오느냐’ 그런 투의 표정이다. 큰 업소도 아니고 실내 모습이나 집기 등 무얼 봐도 그냥 허름한 동네식당 분위기였던 터라 그럴 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청국장으로 식사를 하면서 그녀들의 반응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이렇게 맛있는 식당을 왜 이제야 알려주느냐’ 는 나무람(?)도 나오는데 겉보기와 너무도 다른 음식 맛에 놀란 듯한 표정이다. 즐거운 수다와 함께 식사를 하는 그녀들을 보며 필자가 웃자 박정순 씨는 저런 경우는 하도 많이 봐 왔던 터라 이제는 그런가보다 한다면서도 은연 중 그 말속에서 자긍심이 묻어나고 있다. *

 

성주식당

군산시 삼학동26길326-11

(삼학시장 골목)

TEL. 063)468-4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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