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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안젤라 분식, 응답하라 1994
글 : 이춘우(시민기자) / kinkyfly@naver.com
2014.01.01 13:49:06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누군가 나에게 2013년 가장 핫한 드라마 하나만 꼽으라 한다면 단연코 ‘응사’라고 대답할 것이다. 응사? 적의 사격에 대응하여 마주 쏘는 행위?  TV를 잘 안 보시는 분이나 드라마에 관심이 없는 분이라면 국방부에서 제작한 ‘연평해전’ 관련 드라마 쯤 이라 생각하실 테지만 실은 ‘응답하라 1994’란 tvN에서 제작한 드라마 제목의 줄임말이다.

 

이 드라마엔 그 흔한 톱스타나 국민배우도 하나 출연하지 않고, 비싼 돈 들여 찍은 해외로케 장면 역시 안 나온다.  배우의 절반이상을 요단강너머로 보내버리거나, 전 남편과 지금 남편을 함께 동거시키는 막장의 끝판 왕 ‘오로라공주’같은 황당함도 없다. 게다가 공중파도 아니다. 케이블 방송국에서 제작한 드라마가 10%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니 실로 어마어마한 인기다.

 

스토리를 대충 말씀드리자면 90년대 서울의 한 하숙집에서 이뤄지는 젊은 남녀사이의 사랑, 우정 이야기를 그린 청춘 복고 멜로드라마 정도라 하겠다. 얼핏 보면 진부하다 못해 흔해빠진 러브스토리지만 당시 유행하던 복장, 헤어스타일에 함께 등장하는 깨알 같은 소품과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여자 주인공의 남편이 누굴까 궁금하게 만들어 놓은 장치들이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물론 당시 유행하던 음악은 말 할 것도 없는 성공요인이다. 드라마 광고도 모두 완판 되었다니 이쯤 되면 제작자의 90년대 추억소환, 감성코드 자극, 추억팔이 대 성공이다. 나 또한 제작자의 의도대로 ‘응사’를 보는 내내 자연스레 나의 1994년을, 군산의 1994년을 떠올려봤으니 말이다.

 

1994년은 군산 옥구 통합으로 인구 27만 명을 넘긴 첫 해이다.  등락을 거듭해 2013년 현재도 군산인구는 27만 명 진행형이다.  하지만 2013년 군산, 월명공원 수시탑과 인구수 빼고는 모두 변했다. 1994년 당시 영동은 서울의 명동이었고, 장미동 유흥가는 현재 수송동 롯데마트 뒤편의 뺨따구를 후려칠 기세였다. 그 때 우리는 영화를 보러 CGV가 아닌 국도극장으로 갔고 만춘향, 중앙각으로 짜장면을 먹으러 갔으며 크리스마스엔 조화당에서 케이크를 샀다. 혼인신고를 하려면 조촌동이 아닌 중앙로 붉은 벽돌 시청으로 갔다. 새만금 방조제는 지도에 없었다. 수송동엔 아파트촌 대신 논밭이 있었다. 동네마다 한 두 개씩 있던 대중목욕탕은 단체 폐업이라도 하듯 순식간에 사라졌고, 추석 설날 같은 명절 때면 이마트나 롯데마트가 아닌 동네시장이 들썩였다. 구 시청이나 구 경찰서처럼 왜색 짙은 옛 건물은 앞 다투어 철거하기 바빴던 시절이었다. 

 

20년이 지난 2013년 군산. 과연 1994년을 떠올릴 만한 장소가 아직 있을까 고민해봤다. 이런 막연한 생각 중에 떠오른 곳은 바로 영화동 ‘안젤라분식’이다. 사전 답사 겸 인터뷰 약속을 위해 방문했다. 이십 년 된 필자의 기억 속 그대로다. 식대를 계산시킬 목적으로 끌고 간 진정석 편집장과 떡볶이며 김밥과 잡채, 그리고 어묵을 빛의 속도로 해치웠다.  그리고 한마디. ‘맛도 그대로다. 당장 인터뷰 잡자.’였다.

 

 



하지만 취재 당일이 되어 인터뷰를 하긴 해야 되는데 솔직히 뭘 물어봐야 할지 막막했다. 어묵은 어떤 걸 쓰는지, 떡볶이 떡은 쌀떡인지, 음식의 양념비법을 물어 볼 수도 없고. 더군다나 음식을 평가할 정도의 미각도 없으니 말이다. 그냥 일반인이 궁금해 할 만 한 것들로 밑도 끝도 없는 인터뷰를 시작했다.

 

 

 

여기서 장사 하신지는 얼마나?

나?  거진 삼십년 돼가지. 올림픽하기 두 해전에 시작했으니까……우리 시어머니 때부터 하면 오십년 다 돼갈걸? 내가 2대니깐.

 

(가게 한편에 있는 성모 마리아 상을 보며) 성당 다니세요?

울 작은 아들이 신부님여.  근데 신부 엄마가 이러고 있네. 호호

 

이러고 계시는 게 어때서요.

아니……, 봉사도 못하고 장사만 하고 있응게…

 

 


 

한자리서 군산을 지켜며 맛있는 음식 먹여 주시는 게 큰 봉사죠. 시민의 한 사람으로 참 고맙습니다.

하이고…… 그게 무신……

 

아, 그럼 안젤라가 세례명이시구나, 그럼 본명은 어떻게 되세요?

하이고 챙피허게 그런 건 왜 물어?  (수줍게) 김영숙여, 흔헌 이름이지

 

작은 아드님은 어디에서 신부님생활 하세요?

응, 임실에 있는 오수성당에 있어.  전주교구지

 

장사하시면서 힘든 점은?

힘든 거?  손님들이 와서 경제가 안 풀려서 힘들다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 똑같지 뭐……

  

여기 시장도 장사하는 집이 얼마 없는 것 같네요.

없지.  분식은 나 하나고, 나머진 다 야채 파는 80대 할머니들……. 이제 그분들은 다 그 선에서 끝나고 말거야. 그러니 여기가 개발이 안 되고 그려……. 나도 내 가게만 아니었으면 벌써 나갔을라나 몰라. 지금은 또 그냥 이대로 좋아하는 사람도 많이 있더라고.  그래서 여기가 추억의 집이 돼버렸지. 나도 단골손님 오면 대견하고 반갑고, 내 새끼처럼 하이고, 니들 언제 철들어서 시집 장가갈래 했었는디……, 지금은 다 덜 아줌마 아저씨 됐지

 

예전 단골들이 많이 오나 봐요.

응, 아직 단골들이 많이 오고 또 젊은 층 인터넷 손님이 많이 늘었지.  와서 사진 찍는 거 보면 객지 손님이여, 그래서 ‘어디서 오셨어요?’하면 서울서 왔다, 인천서 왔다, 뭐 다양하게들 오더라고……

 

근처 학교가 많이 없어져서 타격이 크겠어요?

그럼, 학교도 이사 가고 관공서도 없어지고, 동네 주민도 다 떠나고……

 

영업시간은?

열시에 문 열어서 요새는 일찍 끝나. 여덟시쯤에

 

쉬시는 날은 없어요?

쉬는 날 없지…….  아, 명절날은 당일 날 하루 문 닫어

 

어렸을 때 여기 오면 항상 꽉 찼는데.  일 도와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어, 우리 시어머니도 계시고, 친정엄마도 계시고. 그리고 그땐 누구네 집 할 것 없이 꽉꽉 찼지. 학생이고 직장인이고. 그때만 해도 군산 먹거리하면 영화동이라 했지.  (영화시장)안에는 분식, 밖에는 야식, 그리고 술집들도 많았고. 그랬는데 그런 멋있는 풍경이 없어졌어, 이젠 옛 이야기하는 우리 단골 그런 사람들이나 와서 옛날이야기하고……. 아줌마는 막 늙었는데 맛은 안 변했다나 하하, 나더러 왜 이렇게 늙었냐고……. ‘아이고 왜 저렇게 늙었을까, 팥죽 할머니가 돼버렸네.’그러더라고. 그래도 맛은 그대로라고 좋아라해

 

메뉴는 많이 바뀌었나요?

라면, 국수처럼 손 많이 가는 건 뺐지

 

떡볶이 값은 많이 변했죠?

떡볶이? 내가 처음 시작할 때는 600원.  그리고 1,200원, 2,000원, 2,500원, 지금은 3,000원 받지.  이십년 전엔 한 2,000원 받았나?  재료 오른 거 생각하면 많이는 안 올랐지.  어쨌든 그냥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한 거여, 그거 말곤 암 것도 없어”

 

언제까지 일하실 거예요?

나?  우리 손님들이 와서 하는 한결같은 덕담이 뭔 줄 알어? 아줌마 건강해서 오래오래 허세요. 다 똑같아. 건강이 허락 될 때까지 열심히 해야지.  나 이런 거 취재하면 쑥시러워.  그리고 옛날 손님들 와서 막 반갑다고 얘기 하지.  ‘하이고 아줌마 한자리서 오래하네’ 그러면 난 참 그 소리가 듣기가 민망혀.  이런 취재해도 민망하고”

 

민망하셔도 여기 한자리에서 더 오래 하세요, 그래야 단골들이 여기 와서 예전 생각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하죠. 바쁘신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점심은 중고등학교 때 친구와 연락해서 ‘안젤라분식’에서 떡볶이 한 접시 잡채 한 그릇들 하시는 건 어떨까?  이곳에 올 땐 mp3말고, ‘마이마이’에 당시 유행하던 노래를 테이프에 담아 귀에 꽂고 오면 금상첨화일 테고.  아, ‘안젤라’ 이모가 아무리 반갑더라도 ‘하이고 아줌마 한자리서 오래하네’ 라는 말은 절대 삼가.  ‘2013 ‘안젤라분식’ 응답완료’

 

안젤라 분식

전북 군산시 영화동 18-4

063-443-3929

 

P/S

90년대 초, 친구가 군산에 놀러 왔는데, 김밥을 초장에 찍어먹는걸 보곤 무척 놀라더라.  하지만 언젠가부터 인가 김밥을 시켜도 초장을 안준다.  예전엔 항상 초장이 따라 왔는데 말이지.  갑자기 예전 초장에 찍어먹던 김밥 맛이 그리워지는 초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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