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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거수(오래되고 큰 나무)를 통해 보는 군산이야기
글 : 이진우 /
2021.11.01 15:01:59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노거수(오래되고 큰 나무)를 통해 보는 군산이야기

다섯 번째 옥서면(沃西面) 하제마을의 600년 팽나무

 

김태휘(스코트라 건설레저본부장)

macwon@naver.com

 

 

 

 

 

옥서면은 전라북도 군산시의 서단에 위치한 곳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23년 일본 토지회사인 불이흥업주식회사가 간척하여 만들어진 지역으로서 과거 연안에서는 김양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하제항(下梯港) 포구에서는 노랑조개를 비롯한 패류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잡혔던 장소입니다. 일본 전투비행기지가 있던 곳에는 광복 후 미국 공군기지(8전투비행단)가 들어섰으며, 선연리에는 제주를 운항하는 군산공항이 있고 현재의 군산컨트리클럽은 5.8에 달하는 한국염전이 있었던 장소입니다. '옥서면'이라는 지명은 '옥구군의 서쪽 지역'을 지칭하면서 유래한 것으로, 1995년 군산시에 편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옥서면은 선연리와 옥봉리, 두 개의 법정리를 관할 하는데, “선연이라는 지명은 이 지역에 신라 시대 최치원이 공부했다는 자천대(紫泉垈)가 있었기에, 최치원을 신선으로 보아 신선과의인연이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제 마을 서남쪽 바닷가에는 조선시대 봉화를 올리던 화산 봉수대가 위치해 있는데, 화산 봉수대는 부안군의 계화도 봉수대와 성산면의 오성산 봉수대에 호응하는 봉수대였습니다. 한편 옥봉리의 옥봉이라는 명칭은 이 지역에 있는 옥녀봉의 이름에서 유래하였으며 북동쪽에 옥구 저수지가 있고 어은천이 흐릅니다.

 

 

 

하제마을 이야기

 

한때 조개 등 각종 수산물로 활기가 넘쳐났던 군산 하제마을(옥서면 선연리)은 이제 사람들이 살지 않는 동네가 됐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던 집과 가게들은 대부분 철거됐고, 수 백 명의 주민들은 오랜 기간 살아 온 삶의 터전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했습니다. 현재는 수 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군산시 보호수인 소나무와 팽나무만 텅 빈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입니다. 국방부의 군산 미군기지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 사업으로 총 600세대가 어쩔 수 없이 이주해야만 했었던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몸은 떠났지만 여전히 주민들의 마음에는 고향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이 남아 있겠지요.

 

과거의 하제마을 포구

 

 

이런 하제마을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옛 하제에는 바닷가 근처에 항상 붉은 빛깔의 연못이 있어 자천대(紫泉臺)라는 이름이 붙은 바위산이 있었는데, 그곳은 9세기 통일신라말기의 학자이자 문장가였던 최치원이 놀던 곳으로 전해집니다. “자천대에서 최치원이 글을 읽으면 당나라까지 소리가 들려 사신이 중국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과장된 얘기겠지만 그만큼 최치원을 신선으로 생각했던 덕분에 이곳의 지명도 신선이 놀던 선연리가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인지 글 좀 쓴다는 작가들은 이 곳을 자주 들렀다 하는데, 작가 김훈, 신경숙, 안도현 등은 문학강연이나 다른 일로 군산을 찾을 때면 반드시 이곳에 들르는 것으로도 유명했다고 하네요.

 

지금도 썰렁하기만 한 하제마을과 포구자리를 걷다보면 하제는 여행을 갈구하는 코로나시대에 문득 떠나는 그런 일상적 여행을 하기 좋은 곳이며 정체성이 뚜렷한 여행지를 선호하는 의식 있는 여행자가 좋아할 만한 그런 장소가 아닐까 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자천대에는 두 개의 돌 항아리가 있었는데 최치원이 태수를 지낼 때 항아리 안에 비밀문서를 감춰 두었다고 합니다. 돌 항아리를 끌어당겨 움직이면 바다에서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쳤기 때문에 가뭄이 들면 주민 수백 명이 큰 밧줄로 항아리를 끌어당겨 비를 불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신들이 옥구에 올 때마다 이러한 모습을 구경하였기 때문에 백성들이 힘들어하자 정자를 허물고 돌 항아리도 땅에 묻었다고 하네요. 혹시라도 그 돌 항아리를 찾게 된다면 신통력을 발휘하는 기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600년을 살아온 팽나무 이야기

 

주민들이 모두 떠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가 있습니다. 그것도 한 자리에서 600년이나 살아왔던 나무입니다. 세상에서 직립해서 자라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면 사람과 나무뿐인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나무는 더 크고 웅장하게 자라며 그 자리를 지키고 살아갑니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이동도 못하고 오직 그 자리에서 버티며 살아내야 만 하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나무는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그들만의 생존전략과 삶의 방법이 있습니다. 힘들면 잎과 가지를 떨어내고 살기위해 초록 잎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식물은 먹이사슬의 생산자로서 지구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입니다.

 

오랜 세월을 한 자리에서 살아온 노거수(老巨樹)를 가만히 보다보면 다양한 시간의 켜가 보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상상이 안갈 정도입니다. 옥서면 하제마을 팽나무가 그렇습니다. 처음 자랄 때는 섬이었을 것이고 이후 간척지로 조성이 되며 비행장과 마주하기도 하고, 주민들이 기대어 살던 마을 한복판에 있다가 또다시 주민들이 떠나며 혼자가 되어버린 나무입니다. 그나마 바로 뒤편 대숲 뒷동산에 200여 년 전부터 자리한 소나무가 말동무라도 해주고 있을 것 같아 위안이 됩니다. 올해 6월에는 도 지정 기념물로 지정이 되었기에 앞으로는 도차원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니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지정 신청을 위해 한국임업진흥원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령은 537(±50)이고 나무의 크기는 직경 210로 확인되었는데, 도내 팽나무 중에서는 수령이 가장 오래된 팽나무인 셈입니다.

 

하제마을 600년 팽나무

 

나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수형이 아름답고 줄기 수피의 모습이 우람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이 팽나무는 기상목(氣象木)의 기능과 계선주(繫船株)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과거에는 나무에 꽃이 피거나 잎이 나는 모습을 보고 당해 농사의 길흉을 점치기도 했습니다. 하제 팽나무도 이팝나무와 함께 풍년을 예고하는 기상목 기능을 했을 것입니다. 한편 하제 팽나무 자리는 과거에 바닷물이 바로 아래까지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는 팽나무의 줄기를 보면 이해가 됩니다. 어린나무가 커서 어느 정도의 성목(成木)이 되면 배를 정박하는 포구에서는 근처의 나무에 밧줄을 매달아 바람이 불거나 물이 빠졌을 때 배를 잡아두는 역할을 하는 나무가 있었는데 아마도 이 팽나무가 이런 계선주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줄기부분이 움푹 패어 있기도 하고 부정형인 모습이 많아 배를 묶어두며 많은 상처가 난 것일 것 같습니다.

 

 

팽나무 아래에는 보호수 기념 표석이 있으며 울퉁불퉁한 줄기의 모습이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팽나무는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중남부지방의 온화한 마을 어귀나 중심에서 마을나무나 당산나무로 자리 잡아 전통 민속경관을 특징짓는 대표 종입니다. 해안지역에 더욱 흔하고,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신성한 공간인 당집과 함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수하는 유전적 특징과 새들의 먹이인 열매를 풍성하게 생산하기 때문에 영혼과 육신의 생명 부양 나무로서 소중한 역할을 하는데, 느티나무처럼 1,000년 이상 살지는 않지만, 500여 년을 예사로 사는 장수 종입니다. 한글명 팽나무는 한자 팽목(憉木), 박수(朴樹) 등에서 유래한다고 하는데 달주나무라고도 하며, 한자로 청단(靑檀)이라고도 합니다. 이처럼 팽나무는 다산과 풍요 그리고 안녕을 보살피는 나무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한자명 박수(朴树)는 샤먼(무당, ()을 치는 사람)의 나무 또는 신령스런 나무라는 의미인데, 우리가 자주 들었던 박수무당(朴树巫堂)이라는 것도 팽나무(朴树)로 대표되는 마을 당산나무 아래에서 굿을 하는 남자 무당을 말합니다. 이처럼 팽나무는 오래전부터 우리 인간에게 신목(神木)으로 인식되었던 민족식물입니다. 팽나무의 속명 셀티스(Celtis)는 고대 희랍어로 열매가 맛있는 나무란 뜻인데, 열매가 달콤해서 새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이처럼 팽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한 장소에서 많은 생물을 부양하는 셈입니다. 한편 팽나무처럼 장수하는 종은 매우 천천히 성장하기 때문에 노거수(老巨樹)의 수형(樹型)이나 건강상태를 체크해보면 지역의 자연사를 가늠해 볼 수 있어 학술적으로도 유익한 나무입니다.

 

팽나무는 물과 공기가 잘 통하는 모래자갈 땅에서도 약간 비옥한 곳을 더욱 좋아합니다. 느티나무 서식처와 중첩되기도 하지만, 느티나무가 내륙 쪽에 치우쳐 분포한다면, 팽나무는 바닷바람을 쐴 수 있는 곳에 치우쳐 삶니다. 우리나라 남부지역의 섬지역이나 제주도에서 팽나무 노거수가 적지 않게 관찰되는 까닭이겠지요. 팽이버섯이 팽나무에서 주로 난다고 해서 팽나무버섯이라고도 불리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입니다. 특히 조금만 물기가 있어도 검푸른 곰팡이가 끼고 곧 썩기 시작하는 재질의 특성 때문에 청결을 제일로 하는 도마의 재료로 가장 좋습니다. 옛날 팽나무잎, 느티나무잎, 쑥은 보리고개라는 어려운 시절을 견디게 했던 3대 잎입니다. 2월 이후 팽나무 잎을 따서 곡식과 섞어 먹으면 기근을 구제 할 만큼 도움이 되었다고 하네요. 한편 팽나무라는 이름은 초여름에 작은 대나무 대롱의 아래와 위에 초록색 팽나무 열매를 한 알씩 밀어 넣고 위에 대나무 꼬챙이를 꽂아 탁 치면 아래쪽의 팽나무 열매가 멀리 날아가게 되는데, 이것을 팽총이라고 했습니다. 이때 ~~’하고 날아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팽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하제 팽나무 뒤편 언덕 위에는 200여년의 수령을 가진 소나무 한그루가 길 한가운데 우뚝 서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정일품송처럼 자태가 우아합니다. 시에서는 2004년에 보호수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과거 정자가 있을 당시의 하제 소나무 2021년의 하제 소나무

 

 

군산공항, 새만금 등 인근지역 이야기

 

하제마을 인근 옥봉리에는 1939년에 개교한 옥봉(玉峰)초등학교 있으며 선연리에는 1970년 미 공군 기지에서 서울~군산 노선이 열리면서 개항했던 군산공항이 있는데, 이는 전북에서 유일한 민간공항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국내선에 한해 군산~제주 노선만을 운항하고 있습니다.

 

한편 2010년 준공된 새만금방조제는 네덜란드의 자위더르 방조제(32.5km)보다 1.4 km 더 긴 33.9km의 길이로서,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습니다. '새만금'이란 전국 최대의 곡창지대인 만경평야와 김제평야를 합친 만큼의 새로운 땅이 생긴다는 뜻의 말로, 만경평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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