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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거수(오래되고 큰 나무)를 통해 보는 군산이야기
글 : 이진우 /
2021.08.01 13:07:50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노거수(오래되고 큰 나무)를 통해 보는 군산이야기

두 번째 역사의 아픔을 간직했던 서수면 보천사(寶泉寺) 느티나무

 

김태휘

 

 

인류의 문명이 오랜 시간 강을 따라 발전하며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다면 한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는 특정 장소는 표석을 통해 우리는 기억을 합니다. 표석이 있다는 것은 현재 그 장소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과거의 존재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표석이 있는 장소에는 다양한 시간의 켜가 존재합니다. 사람도 오랜 삶을 살다 보면 얘깃거리 많은 삶을 살아내듯 특정 장소에서 움직일 수 없이 살아 온 그 고장의 나무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의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겁니다. 특히나 오래 살아 온 노거수는 수 백 년 동안의 역사를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왔을 텐데요, 군산의 동북쪽에 위치한 서수면의 옛 보천사 터에 자리 잡았던 느티나무 노거수는 특히나 할 말이 많아 보입니다.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군산의 동북부 서수면에 가다

 

서수면은 군산시에서 가장 동북쪽에 위치한 쌀 생산 위주의 농업지역이며 3개의 사찰(상주사, 보천사, 천지사)이 있는 문화지역이기도 합니다. 북쪽은 취성산(鷲城山) 등 산지를 경계로 나포면(羅浦面), 서쪽과 남쪽은 남산(南山) 등을 경계로 임피면(臨陂面), 동쪽은 만경강(萬頃江)의 지류인 탑천(塔川)을 경계로 익산시 함라면(咸羅面황등면(黃登面)과 인접하고 있습니다.

 

 

식민지 아픈 역사 고스란히 간직한 '보천사'

 

보천사(寳泉寺)는 백제 무왕 2(602) 신라 고승 혜공대사에 의해 700여 평에 이르는 큰 규모로 창건되었고, 고려 공민왕 2(1352) 나옹대사가 중창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보천사 터로 전해지는 곳은 현재 보천사의 서쪽 골짜기 계단식 밭과 논이 있는 곳으로 보천사 터에는 고려~조선 시대 기와편이 산재되어 있으며, 우물 1곳이 남아 있습니다.

 

대웅전은 최근에 중창한 건물이며 전면 3칸 측면 3칸의 겹처마 맞배지붕 양식으로서 새롭게 창건한 사찰이나 진배없음에도 조선 시대 고지도에 나타나는 군산의 전통 사찰입니다. 그래서인지 대한불교 조계종 보천사(주지 의종)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전통 사찰로 지정됐는데요, 전통 사찰은 사찰 중 역사적으로 시대적 특색을 뚜렷하게 지니고 있거나 한국 고유의 불교·문화·예술과 건축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민족문화의 유산으로서 의의를 가진 사찰을 말합니다. 이로써 군산시에 소재한 전통 사찰은 총 7곳이라고 하네요.



보천사 극락전과 5층 석탑(2021.5.16.)

 

 

서수면에는 보천사를 중심으로 남측으로 상주사와 천지사가 자리하고 있는데 창건 연대는 그중 보천사가 가장 앞섭니다. 보천사는 법당 용마루에 청기와를 얹어 아침 햇살이 비치면 건넛마을에서도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합니다. 청기와를 얹으려면 당시 상당히 비싼 재료인 수입품 코발트를 사용하여야 하는데, 궁궐에서도 쉽게 쓰지 못했던 재료입니다. 현존하는 궁궐 중에서는 창덕궁의 편전인 선정전에만 유일하게 얹혀 있습니다.

 

한편 주지 스님 말씀으로는 부근 전답이 모두 도량일 정도로 번창했었다는데, 1923년에는 임피면에 사는 일본인 대지주 고교다(高橋)가 당시 2,700원에 사들여 본당을 해체해서 일본으로 가져가다가 벼락이 치고 하자 많은 불상을 이리(익산) 기차역에 놓고 도망쳤다는데 이리(익산)역에서 압수된 불상들은 익산 숭림사에 모셔져 있다고 합니다. 이 사건 이후 1924년 일제에 의해 폐사된 아픔을 가진 보천사는 1936년 승려 백낙도(白洛道)가 옛 절터 옆 지금의 자리에 중창하고 1971년 김무진(金武震)이 중수하여 오늘에 이릅니다. 현재 숭림사 영원전에 모신 지장보살좌상 및 25구의 불상(지방문화재 189)과 나한전에 모신 소조 16나한상(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219), 익산 혜봉원의 연화당 부도(전라북도 문화재 자료 13) 등이 보천사에 있던 유물입니다. 나라가 망하면 찬란한 문화재도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신세로 전락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일화이기도 합니다.

 

보천사 인근의 상주사에는 300년 된 배롱나무 보호수가 있다. 유교 건축물과 불교 건축물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배롱나무는 줄기 표면의 특징으로 인해 종교건축물에 필히 등장한다.(2020.4)

 

 

보천사는 100여 년 전 <동아일보> 보도에도 1,300년 된 고찰로 소개되고 있는데요, 유물로는 석종형인 부도 4기와 5층 석탑이 전해집니다. 옛 절터에서 옮겨온 부도들 중 왼쪽에서 세 번째 것은 상주사를 중수하고 1652(효종 3) 이곳에서 입적한 조선 인조 때의 고승 유문의 취계당사리탑(鷲溪堂舍利塔)으로 확인됐습니다. 네 귀에 연꽃 봉오리가 새겨진 부도는 높이가 140cm이며 1983년 해체복원 작업 중 유기 사리함 한 점이 나와 군산대 박물관에 보관돼 있습니다. 석조 부도는 고승이 입적한 후 유체의 풍장 또는 다비하고 나온 유골이나 사리를 수습하여 봉안하기 위한 기념적인 조형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에 김무진이 세운 5층 석탑이 있으며 당우로는 대웅전, 극락전, 요사채, 객사(客舍) 등이 있습니다.

 

보천사의 부도 왼쪽에서 세 번째 것이 취계당대사의 부도이다(2020.11)

 

 

 

기념물도 보호수도 아닌 거칠게 늙은 느티나무 한그루

 

군산에 정착을 하고 첫해였던 2019년 봄. 뉘엿뉘엿 해 질 무렵 군산에서 가장 오래 살아온 나무로 여겨지는 한 그루의 나무를 찾았습니다. 보천사 절집으로 가는 조붓한 오솔길 가장자리에 서 있던 거칠게 늙은 느티나무였습니다. 기념물도 보호수도 아닌 보통 한 그루의 느티나무입니다. 멀리서 바라보아도 하릴없이 한눈에 그 나무가 살아온 긴 세월의 풍진이 느껴지는 신비로운 자태의 큰 나무입니다. 도대체 나무가 이런 모습을 하기까지에는 얼마나 아프고 거친 세월이 기억되어야 할까? 바라보는 마음도 따라서 아파집니다. 나무가 버티고 지켜냈을 아픔을 그대로 느낄 수야 없겠지만, 상처투성이의 나무줄기를 바라보는 마음이 아립니다. 가슴 깊이 파고드는 봄바람이 차갑지만 그 때문은 아니었을 겁니다. 말없이 그냥 바라봅니다. 세월의 풍진을 새긴 나무줄기는 온전한 곳이 한 곳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찢기고 비틀리고 뚫리고……. 나무가 지나온 세월이 그렇습니다. 그래도 나무는 살아남았습니다. 아직 살아남은 나무의 아픈 몸뚱이가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들어찹니다. 얼마나 긴 세월을 지내왔을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합니다.


 

 

첫 만남 이후 계절이 바뀔 때쯤 한 번씩 찾았던 이 느티나무는 2020년 여름 50여 일간의 장마 기간 중에 믿기지 않는 일을 당합니다. 줄기 중앙에 뚫려있던 부위 부분이 꺾이며 부러져 버린 것입니다. 분명히 멀리서 보아도 작지만 큰 몸체를 드러냈었는데 자취가 없어졌습니다. 표석 하나 만들어 주지도 못했는데 너무도 아쉬웠습니다. 족히 수백 년 아니 천년을 살아내며 보천사 스님들과 함께 수많은 민초들의 소원을 들어줬을 느티나무.

 

비록 한 그루의 나무지만 그 나무는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을 겁니다. 땅거미 내리면서 그루터기만 남은 느티나무는 줄기에 남은 참혹한 상처의 흔적들을 그림자 속으로 감추어 들입니다. 긴 세월의 상처를 어둠 속에 내려놓는 나무의 표정은 참담합니다. 나무가 살아온 세월을 증거 할 표지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의 몸에 남은 흔적들 뿐이고, 그를 자주 찾아오는 사람들의 아픈 마음뿐입니다. 그동안 보호수로 지정하기 위해 주지 스님께서 많은 애를 쓰셨지만 현 토지주와 협조가 잘 안 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뒤돌아 나오며 보천사를 바라봅니다. 왼쪽으로는 중국단풍 두 그루가 감나무 두 그루를 감싸 안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오른쪽 입구에는 백합나무가 매실나무와 칠엽수를 도닥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큰 형님 느티나무의 모습을 보며 동생들을 위로하고 있는 것처럼.

 

보천사 왼쪽 언덕의 중국단풍 


보천사의 종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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