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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편지) 그늘, 그 보이지 않은 벽
글 : 채명룡 /
2018.09.01 16:27:31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올 여름엔 그늘이 무척 반가웠다. 폭염에 헉헉 대다가도 건물 한쪽 혹은 가로수 아래 드리워진 한 뼘 그늘을 만나면 샘물처럼 달콤했다.

그늘은 작은 혜택이다. 여름날의 시원한 그늘은 너무 좋다. 또 가족의 그늘은 물론이고 동창회의 그늘, 고향 선배의 그늘 등 누군가의 살아온 날이 좋은 영향을 주었을 때 우리는 시원과 감사를 느낀다.

반면 어느 땐 은밀한 거래나 변하지 않는 삐뚤어진 행동 또는 생각을 뜻하기도 하며,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그늘이 졌다.’는 식으로 비유적 표현을 한다.

 

갈증이란 목이 말라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무엇인가 애타게 찾는 일,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 그립던 사람을 고대하는 마음 등등 간절한 심정으로 목을 길게 늘였던 일이 포함된다. 그래서 갈증이 풀렸을 때의 기쁨은 어디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기세등등했던 더위도 한 풀 꺾였다. 기다리는 건 간절해야 오듯 선듯해진 바람이 왔다. 이젠 가을의 문턱이다.

그늘 안에서의 한 때는 참 좋았다. 가을 앞에 선 오늘, 위안과 휴식을 주는 그늘과 같은 일들이 군산의 어려운 분들에게 고루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낸다.

 

이낙연 총리가 공식 휴가로 찾았던 동국사 경내에는 2015812소녀의 상이 세워졌다. 그날, 참배하기로 했던 총리도 바빠서인지 그냥 지나쳤다. 전국에서 11번째이자 전라북도에서 최초였다. 이듬해부터 기념식이 열렸으나 찾는 이 없어 쓸쓸했다.

그래서인지 열려 있는 공간으로 옮겨야 하지 않겠느냐는 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메아리도 울리기 전에 묻혀버렸다. 논의는 금기시 되었다. 문동신 시장 재임 12년의 그늘이다.

총리가 돌아간 다음날, 예년 같으면 기념식이 열렸겠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소녀의 상을 세울 때의 간절했던 마음은 어디로 갔는가.

 

케케묵은 옛일을 말하려는 것도 아니고 불과 4년 전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야겠다.

당시 시민단체에서 근대역사박물관 앞이나 시내 중심에 부지를 내줄 것을 바랐지만 군산시의 J국장이 극력 반대했고, 대안으로 오늘의 동국사를 선택했다. 그 국장은 지금 군산시가 사실상 운영하는 한 센터의 책상을 차지하고 있다.

범시민 사업으로 벌어졌던 소녀의 상세울 자리를 국장 한명이 반대해서 변경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 이면에는 시정의 최종 책임자의 묵인 혹은 무언의 지시가 있었으리라는 짐작이 간다.

 

작년, 추념식이 열린 군산 동국사에서 종걸스님은 할머니들을 위해 소녀의 상 앞에 색동옷 한 벌을 올렸다.”면서, “이제는 할머니들을 잘 모시라는 숙명으로 (소녀의 상을)받아들인다.”라고 했다.

그 때도 동국사 경내는 몇몇의 인사들만 자리했다. 이럴 거라면 하필 이 곳에 세웠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 했다.

오늘, 동국사의 그늘에 가려진 소녀의 상을 바라보았다. 동국사의 잘못은 아니겠지만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위정자의 비뚤어진 판단으로 공개된 자리가 아니라 절 한쪽에 놓여 졌다면 그 건 잘못된 선택이다.

비뚤어진 속내가 담긴 그늘이 아니라, 모두에게 유익한 그늘을 찾아나서야 할 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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