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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뻥' 저기에서 '뻥'... 가을이 익는다! 똑딱이 카메라에 잡힌 깊어가는 시골 가을 풍경
글 : 조종안 /
2017.11.01 13:57:28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여기에서 '' 저기에서 ''... 가을이 익는다!

똑딱이 카메라에 잡힌 깊어가는 시골 가을 풍경


 

가을 햇살이 눈부시다. 살랑살랑 춤추는 코스모스가 그지없이 아름답다. 은은한 흙냄새가 온몸을 휘감는다. 처연할 정도로 아름다운 하늘과 가을을 노래하는 코스모스가 향토적 서정성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세월의 깊이가 묻어나는 흙돌담이 여유와 운치를 더한다. 정감 넘치는 고즈넉한 풍경, 흙 한주먹, 잡초 한포기도 풍요롭게 느껴진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가을걷이 시작된 농촌·· 짧아지는 해가 밉기만

 

벌써 10월이구나!’ 하며 세월의 빠름을 한탄한 지 엊그제 같은데 중순을 넘어섰다. 찬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가 지난지도 열흘이 되었다. 일찍 심은 벼들은 수확이 시작됐다. 황금 들녘을 지키는 허수아비 아저씨들이 더욱 바빠지는 때이기도 하다.

 

이 시간에도 창밖에서는 새를 쫓느라 쏘아대는 대포 소리가 여기에서도 '', 저기에서도 '' 요란하다. 전쟁 때만 쏘아대는 것으로 알았던 대포가 이제는 농촌의 풍요를 알리는 소리가 되었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반세기가 넘도록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휴전선에서 들려오는 듯한 대포 소리도 하루빨리 농촌에서 새를 쫓는 데 사용하는 기구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가을이면 7천만 민족이 손을 맞잡고 부르는 풍년가로 거듭나기를 기원해본다.

 

찬이슬 머금은 국화꽃 향기가 그윽해지면서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진다. 기온이 더욱 내려가 늦가을 서리 내리기 전에 추수를 끝내려고 농촌은 바쁘기 그지없다. 어제 수확한 나락을 도로에서 말리는 김씨 아저씨는 짧은 해가 밉기만 하다.

 

올해는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진 폭우로 농민들은 여름 내내 가슴을 졸이며 보냈지만, 수확의 기쁨이 있으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나 김씨는 그게 아니다. 한 필지 소출이 작년보다 10가마가 줄었다니, 한숨이 나올 수밖에.

 

그래도 김씨는 나락이 고루 햇볕을 받을 수 있도록 쉴 사이 없이 당그레질을 해댄다. 짧아지는 해를 원망하면서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쬐어주기를 소원한다. 날이 좋아야 3~4일 그렇잖으면 닷새는 말려야 하기 때문이다.

 

여름에 따면 애호박’, 늦가을에 따면 늙은 호박

 

정씨 아저씨는 밥만 먹으면 밭으로 나가는 아주머니에게 미안했던지, 물통을 지고 파밭으로 나왔다. 처음엔 쪽파와 대파를 심은 밭에 농약을 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며칠 가물어서 파 이파리가 마를 것 같아 물을 준다고 했다. 정씨는 만날 때마다 게이트볼 치러 나오라고 성화다. 좋은 친구들이 많으니 함께 게임도 하면서 즐기라고 하는데 걱정이다.

 

요즘 농촌은 잘 익은 호박 따랴, 벼 수확하랴, 서리 오기 전에 고추 따랴, 깻잎 따랴, 고구마 캐랴 정신이 없다. 우리 마을 농민들도 고단한 몸을 추스를 사이 없이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논밭에서 지낸다.

 

면사무소 방향 골목 집 담벼락에는 잘 익은 호박 세 덩이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매달려 있다. 물기가 다 빠져버린 줄기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위태위태하다. 하잘 것 없는 호박도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예로부터 여름철에 나오는 호박을 '애호박',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에 따는 호박은 '늙은 호박'이라고 하였다. 검은콩이 줄줄이 박힌 호박떡과 어머니가 몸에 좋다며 끓여주던 달착지근한 늙은 호박국이 생각난다. 호박 얘기하니까 군침이 돈다.

 

늙은 호박 껍질을 수저로 벗겨 국을 끓이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그만이다. 당뇨에도 좋고, 다이어트 식품으로 따라올 음식이 없으니까 말이다. 국을 끓이는 방법도 쉽고 간단하다. 호박을 얇게 썰어 물을 적당히 부어 끓을 때,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고 양념으로 깨소금을 조금 넣으면 된다.

 

제사의 으뜸 과일 대추, 올해도 이웃과 나눠먹어

 

옆집 방울이 할머니가 김장 때 쓰려고 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들이 풍성한 가을을 노래한다. 고추들이 신부화장을 끝낸 신부 입술처럼 도톰하고 예쁘다. 방울이 할머니는 고추도 작년보다 수확이 감소했다며 울상이다.

 

방울이 할머니는 나눠 먹기를 참 좋아한다. 올해도 상추와 고구마순 등 집에서 기른 채소를 몇 차례 가져오셨다. 먹고 싶은 채소가 있으면 따먹으라며 밭을 알려줄 정도로 잘해준다. 그렇게 넉넉한 인심에 취해서 그런지, 모두가 내 것 같고,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우리 집 대추나무도 해마다 대추가 주렁주렁 열린다. 파란 풋대추가 붉게 물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대추가 작년보다 더 많이 열린 것 같다. 보기만 해도 푸짐하고 먹음직스럽다. 당도가 높고 살강살강 씹히는 느낌이 그만이다. 예는 정에서 나오고 정은 가까이서 나온다고, 올해도 이웃들과 조금씩 나눠 먹었다.

 

조율이시(棗栗梨柿)가 말해주듯 조상들은 대추를 제사의 으뜸 과일로 여기고 제사상 첫째 자리에 놓았다. 아무리 비바람이 쳐도 꽃이 피면 반드시 열매 하나를 맺고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손의 번창을 상징하고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쪽빛하늘을 지붕삼아 집을 짓기 시작하는 예쁜 거미 한 마리가 눈에 띈다. 긴 호랑거미다. 한 줄 한 줄 거미줄을 치는 솜씨가 일류 목수처럼 능란하다. 겨울을 앞두고 먹이를 갈무리하려고 준비하는 모양이다. 흉물스럽게 생겼지만, 거미처럼 희생정신과 인내심이 강하고, 침착한 동물도 없다고 한다.

 

거미를 보면 오래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난다. 내가 말을 듣지 않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거미 같은 인생"이라며 탄식해서다. 거미는 알주머니를 만든 후 새끼 먹잇감이 된다는 통설 때문에 그런 말씀을 했던 것 같다. 풍요로운 계절을 말하면서 어머니 생각이 간절해지는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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