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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눈의 미녀 선생님 소룡초 원어민 교사 ‘Jane Elizabeth Swingler’
글 : 이진우 /
2018.06.01 13:56:26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파란 눈의 미녀 선생님

소룡초 원어민 교사

‘Jane Elizabeth Swingler’

 


 

 

 

필자가 그녀를 처음 본 건 약 두어 달 전 영화동의 모 백반전문식당에서였다. 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들렀던 그 식당에 유럽여성으로 보이는 손님이 들어와 탁자에 앉자 손님들은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봤고 주인이 혼자냐고 묻자 그녀는 서툰 한국말로 친구가 올 거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도 친구는 오지 않아 그녀는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한국말 실력이 미심쩍어 필자는 영어로 말을 건네 보았다. 그녀는 7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왔고 소룡초등학교 외 몇 학교의 영어담당 원어민 교사라면서 나의 말붙임이 반가웠는지 미소를 지어보였다.

 

필자의 남아공에 대한 상식은 네덜란드와 영국의 오랜 식민지로 있다가 1960년대 초 독립했고 1990년대 들어 흑인의 인권을 위해 투쟁해온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면서 인종차별철폐정책을 폈다는 것, 그리고 이후 노벨평화상을 받음으로써 세계적 인권운동가로 추앙받는 인물이라는 것 정도였다. 그래서 남아공 하면 기억나는 위대한 인물이 있다고 말을 건넸더니 대뜸 넬슨 만델라!”하는 것이다. 내가 맞다고 하자 자신도 만델라를 존경하다는 말과 함께 나더러 영어를 잘 한다면서 어디서 배웠느냐고 묻기도 한다. 손님들이 드나드는 통에 더 있기도 뭐해서 그날은 그렇게 헤어졌는데 그간 이방인교사는 취재가 없었던 터라 그녀를 취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며칠 전 소룡초등학교에 연락을 취해봤다. 소룡초에는 원어민 교사만 전담하는 교사가 따로 있었는데 조라영 선생님이었다. 조 선생님은 흔쾌히 그녀와의 인터뷰 약속을 잡아줬고 그렇게 해서 그녀와 또 한 번의 만남이 이뤄졌다. 그녀의 이름은 Jane Elizabeth Swingler, 아직 미혼이라 했다.

 


 

 

(인터뷰 내용)
-Jane 선생님, 또 만나게 되는군요. 한국에 오게 된 계기가 궁금했어요.

대학 졸업한지 3개월 후 군산에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왔는데 어느덧 7년이 되어 이제는 군산이 제2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해성, 옥구, 서해, 소룡 등 4개의 초등학교에서 일주일에 500여명의 학생들을 만나고 있고요. 제 고향은 남아공 케이프타운입니다. 화목한 가정의 둘째로 태어나 위로 오빠가 한명 있고 여동생이 하나 있어요. 오빠는 제주도에 살면서 저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바다를 너무 좋아해서 제주에 정착했는데 주말마다 바다낚시를 하러 다녀요. 여동생은 아직 케이프타운에서 대학을 다니고 부친은 의사이셨는데 지금은 부모님 두 분 모두 은퇴하시고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즐기고 계시지요.

 

-남아공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남아공에 살 때는 몰랐는데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보니 그 나라가 얼마나 특별했는지 깨달았어요. 케이프타운에 가면 눈부시게 깨끗한 백사장과 포도밭, 그리고 테이블마운틴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할 거예요. 북쪽의 사막지대,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뛰노는 The Big Five(사자, 표범, 버펄로, 코끼리, 코뿔소)도 볼 수 있지요.

 

많은 한국인들이 제가 남아공 출신인데 백인이라는 것에 놀라더군요. 남아공은 사실 다민족 사회이고 그들 모두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나라입니다. 그래서 The Rainbow Nation(무지개나라)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답니다. 남아공은 11개의 공용어가 있는데 대략 10%의 사람들만 모국어로 영어를 사용하고 대부분은 영어를 제2의 언어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영어를 많이 쓰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남아공 출신의 선생님을 초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그 밖의 언어로는 줄루(Zulu), 호사어(isiXhosa/넬슨만델라 모국어), 아프리카어, 네덜란드에서 파생된 언어 등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대화 도중 누구나 2개 혹은 그 이상의 언어를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코드스위칭(Code Switching)’은 너무나 흔한 일이죠.

 

또한 한국처럼 남아공도 쓰라린 과거사를 가지고 있어요. 네덜란드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최근까지도 인종차별국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1994년 들어 첫 민주선거를 치렀지만 여전히 불평등과 높은 실업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큽니다.

 

-군산을 선택하여 정착하게 된 이유는?

대학 졸업 후 더 넓은 세계로 나가 도전과 모험을 해보고 싶었고 그것이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고 완전히 다른 사회의 구성원이 되면서 공감능력과 배려심이 커진 것을 느끼거든요. 여러 나라를 검색하다가 한국이란 나라에 호기심이 일었어요. 한국에 대한 정보를 찾으면 찾을수록 정말 매력적인 나라로 다가오더라고요.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 빠른 시간 안에 엄청난 경제 대국으로 발전을 이뤘고, 유명한 스포츠 스타며 한류 열풍 등을 접하면서 한국의 문화와 사람들은 어떤지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전라북도에 배치됐을 뿐 어떤 도시에서 근무하게 될지 전혀 몰랐어요. 그저 그림 같은 논밭과 전통미가 물씬 풍기는 도시들에 마음이 사로잡혔죠. 이후 군산으로 발령이 났고 군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미지의 도시였지만 큰 도시 같은 편의시설도 잘 잦춰져 있고 교통체증도 없어서 너무 좋았어요. 동네 주민들, 동료들, 친구들이 저를 알아보고 친근하게 대해 줄 때마다 제 자신 이곳의 구성원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아 흐뭇했고요. 월명산과 청암산 같은 곳도 특별하죠. 바다와 산, 큰 공원을 비롯하여 따뜻한 인정을 보여주는 분들이 많아 군산에 머무는 매 순간에 행복을 느끼고 있답니다.

 

-문화적 차이 때문에 겪는 불편함도 있을 텐데요.

입국 전만해도 한국에 대해서는 정말 조금밖에 몰랐어요. 그러나 검색을 하면서 알게 된 건데 ESL 선생님들 사이에서 가장 오고 싶은 나라로 한국이 1위더라고요. 그래서 한국행 결정을 내렸고 제 선택에 믿음을 갖게 됐죠. 막상 도착한 한국에 대한 인상은 모든 것이 매우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거였어요. 빠르게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원동력을 보았죠. 사람들도 너무 친절했고 환대해줘서 기뻤어요. 어쩌다 문화적 차이 때문에 제가 실수를 했을 때에도 주위 분들은 절 이해하면서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줬어요.

 

남아공에서는 집안에도 신발을 신고 들어가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실내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어야 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실천하는데 시간이 걸리더군요.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벗은 신발을 다시 들고 가야한다는 것을 기억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그러다보니 깜박 잊고 슬리퍼를 신고 집에 가는 일도 비일비재했죠. 군산 여기저기에 하도 많이 놓고 다녀서 주인 없는 신발을 보신다면 제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웃음). 그리고 한국은 정말 안전한 나라 같아요. 처음엔 밤에 가까운 편의점 가는 것도 무서웠는데 한국에서의 삶에 적응한 지금은 밤에 편의점 가는 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에요. 안전함에서 오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거든요.

 

-원어민교사로서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도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정말 인상적이에요. 매우 체계적이고 IT가 접목된 다양한 수업자료를 활용하죠. 선생님들은 프로페셔널하고 능력과 열정이 넘쳐요. 많은 한국 선생님들과 친구가 됐고 그분들로부터 많은 걸 배우면서 저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어요. 한국에서 원어민교사로 일한다는 건 행운이고 즐거운 일이에요. 일 자체는 매우 도전적이지만 보람을 느껴요. 학생들에게 재미있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항상 에너지가 넘쳐야 하고 창의적인 활동들을 고안해 내야해요. 가장 큰 어려움은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과 다니지 않는 학생들 간 격차가 있음에도 그들이 한 교실에 있는 거예요. 하지만 학생들이 그저 영어를 배우는데 그치지 않고 저와 함께 공부하며 자신감을 키워가고 성격이 밝게 변하는 모습을 볼 땐 정말 보람 있어요.

 

-소질과 취미, 여가 시간 활용은 어떻게?

일을 마치면 달리기나 수영을 즐기기도 하고 월명산이나 청암산 주변을 걷기도 해요. 크로스핏이나 필라테스 같은 강좌를 등록해서 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밖을 맨발로 걷거나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즐겁고 여행을 좋아해서 할 수 있다면 그걸 먼저 하는 편이에요.

 

-K-pop등 한국의 대중적 스타를 알고 있는지.

한국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스타는 김연아와 박태환이에요. 대단한 사람들이죠. K-pop스타는 한국에 와 있으면서 아이들 때문에 알게 됐어요. 학생들과 가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쉽게 친밀해질 수 있어요. 예전엔 소녀시대와 싸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요즘엔 방탄소년단과 강다니엘에 대해 많이 듣고 있어요. 특히 강다니엘은 같이 일하는 동료 선생님도 열혈 팬이어서 거의 매일 사진을 보는 것 같더라고요. 영어 수업 자료를 K-pop스타의 사진을 이용해서 만들면 아이들이 더 좋아해서 저도 가끔 검색을 한답니다.

 

-군산시내 지리는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며 생활하면서 느낀 소감은?

요즘은 내비게이션이 잘 돼 있어 운전에 어려움은 없더라고요. 군산에 대해 잘 알기도 하고 한글과 기본적인 한국어는 배웠기 때문에 더 쉬운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어를 아예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정말 어려울 수 있어요. 버스 시스템이 잘 돼있긴 한데 큰 도시가 아니면 외국인한테는 혼란스럽겠단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리고 군산 같은 작은 도시의 의사들은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은 좀 주저하더라고요. 아프기라도 하면 난감하죠. 외국 상품을 직수입해서 판매하는 대형마트가 없으니 제가 필요한 건 온라인으로 구입해야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군산에서는 엄마가 해주는 것 같은 맛있는 백반집이 많아서 너무 좋아요. 마치 집 밥 같은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죠.

 

그리고 군산은 외국인 선생님들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나가기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잘 조직된 외국인 커뮤니티도 있고요. 언어 교환 모임도 수송동 카페에서 2주에 한 번씩 열려서 외국인과 한국인을 다 만날 수 있어요. 군산엔 정말 특별한 한국인 친구들이 많아 그 중 10여명과는 번갈아가며 만나 모임을 갖죠.

 

-한국어 대화 수준은?

한글을 쓰고 읽는 법을 배웠고요, ‘생존 한국어를 할 줄 알아요. 온라인에서 쇼핑할 때 필요한 말들을 알고 있고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 읽을 수 있어요. 식당에서 메뉴를 보고 주문도 가능하고 배달원이랑 대화도 가능해요(웃음). 한국어를 배우면서 느낀 건 말하기 능력은 따로 발전시켜야 하는 언어 기술 같아요. 듣기 능력은 좋은 편이어서 학생들이 말하는 건 거의 알아듣는답니다. 하지만 누군가 말하거나 대답한 걸 다시 따라하는 건 아직 좀 어렵더라고요. 학생들에게 한국어로 대답할 일이 거의 없다는 것도 말하기 연습을 충분히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어요.

 

-국내외적으로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면?

저는 제 아버지를 가장 존경해요. 80~90년대 들어 차별정책이 끝났을 때 남아공의 많은 교수들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다른 나라로 이주했어요. 인재유출 현상이 일어난 거죠. 남아공에는 미숙련 기술자들만 남았고 나라를 재건하는 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어요. 하지만

소아과의사이셨던 부친은 모국에 남아 새로운 남아공의 일원이 되기로 결정하셨어요. 그리고 에이즈 등 난치병에 시달리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셨어요. 저는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워요.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실 수 있나요?

아쉽게도 올해가 한국에서의 마지막 해가 될 거 같아요. 두 달 후면 미국으로 떠나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려고 해요. 하지만 분명한 건 미국이 마지막 모험지가 되지 않을 거란 사실이죠. 한국에서의 추억은 제 인생에 있어 분명 소중하고 값진 자산으로 남을 거예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떠나면 그간 정들었던 많은 동료 선생님들과 친구들, 무엇보다 학생들이 가장 서운해 하겠군요. 인연이 된다면 또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인데 아무쪼록 군산에서의 추억 잘 간직하시고 계획하는 모든 일들이 뜻대로 잘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 인터뷰를 위해 통역 등 도움을 주신 소룡초 조라영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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