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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 유기치사?

기로에 선 ‘시민문화회관’

군산예총 황대욱 지회장

30여 년 전인 1989년, 군산시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설립되어 다양한 전시회와 공연으로 시민의 사랑을 받았던 나운동 소재 시민문화회관. 2013년 예술의전당 개관과 함께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되고 있는 이 건물의 존폐를 놓고 각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뚜렷한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아 방치가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최근 예총 군산지회에서 시민문화회관을 본래의 기능대로 되살리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와 관련하여 예총 황대욱 지회장과 조성돈 고문(직전 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황대욱 지회장님과 조성돈 고문님이 자리를 함께 해주셨는데 두 분 모두 군산 문화예술 발전과 저변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이 있으신 걸로 압니다. 시민문화회관을 예총에서 위탁 관리하는 것이 건물도 살리고 지역 문화예술 창달에도 기여하는 것이라는 제안을 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내용인지요.

황 : 아시다시피 시민문화회관은 현대 건축의 선구자인 고 김중업 선생의 마지막 유작으로 훼손, 철거하거나 본연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저희 예총의 입장입니다. 잠깐 김중업(1922~1988)선생에 대해 말씀드리면 일본과 프랑스에 유학하여 건축학 공부 뒤 귀국 후에는 홍익대에서 건축미술학과 교수로 지내다가 유럽으로 진출하여 프랑스 문화부의 고문건축가로 계셨고, 미국 로드아일랜드와 하버드대 객원교수로도 활동하셨고요, 생전에 프랑스국가공로훈장을 비롯하여 서울시문화상, 산업훈장 등을 수상했으며 서강대본관, 주한프랑스대사관, 제주대 본관, 삼일로빌딩, 육군박물관 등 유수한 건축 작품을 남길 만큼 국내외에 걸쳐 건축계의 보배로 인정받는 분인데 군산시민문화회관 역시 그분 생전의 영혼이 깃든 건축물로서 일각의 철거 주장은 사려 깊지 못한 측면이 크다 할 수 있습니다.

군산의 근대역사 건물들은 모두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고 지금의 관광산업 자산으로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는데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무지한 생각으로 철거했던 구 시청, 구 경찰서, 구 역사를 두고 뒤늦게 개탄하는 목소리들이 많습니다. 그 사례에서 보듯 철거만이 능사가 아니고 역사성이 큰 건축물들은 어떻게든지 살려서 지역의 정체성 보존과 함께 후대의 교육적 자료로 활용하는 게 맞을 것입니다.

조 :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시민문화회관의 경우 일개 건축물이라기보다는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목적으로 완성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의미를 두어야 하고,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난다 해도 예술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기에 훼손, 철거되거나 건축 작가가 의도한 본연의 목적에 어긋나는 용도로 탈바꿈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이기도 합니다.

황 : 저희가 시민문화회관 활용을 주장하는 이유는 2013년도 신축 개관한 예술의전당(이하 예당)은 1,200석의 대공연장과 400석 규모의 소공연을 갖춘 전국에서도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건물입니다만 전문가가 아닌 청소년이나 대학생, 일반 동회회 등이 사용하기에는 문턱이 높은 게 사실이고, 1층, 3층으로 따로 떨어져 있는 전시공간도 사실상 수요를 감당치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에 비해 시민문화회관은 교통이 편리한 도로변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고, 약 800석 규모의 중간급 공연장을 갖춤으로써 유·소년 및 중·고, 대학생, 동호회, 일반시민들까지 상시 공연과 전시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 : 예총 사무실이 예당 내에 있어 저도 잘 압니다만 공연시설은 국내 어디에도 손색없을 만큼 잘 갖춰져 있으나 전시공간의 부족으로 미술, 사진, 문학계의 예술인들은 말할 수 없는 불편을 느끼고 있으며 전시장 확보 문제로 시내 이곳저곳을 헤매는 일이 다반사가 되다보니 볼멘 목소리들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의 종합발표회 장소만 예를 들더라도 금전적 부담도 적은데다가 객석 규모나 전시장 활용 면에서도 시민문화회관이 훨씬 적합하다 할 수 있습니다.

황 : 저희 예총 군산지회는 국악, 무용, 문인, 미술, 사진, 연극, 연예, 영화, 음악 등 8개 지부를 두고 상시 공연과 전시, 문화예술 체험활동을 비롯한 수시 강좌도 열고 있는데 시민문화회관을 위탁 운영하게 되면 근대역사박물관에서부터 은파까지 볼거리가 연결되고 도시 공동화현상을 막아 예전처럼 주변 상권이 살아나 활력이 넘치는 지역으로 변모할 것이라 봅니다. 따라서 군산청년문화 및 생활문화예술을 적극 지원 육성하는 등 군산문화예술의 요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조 : 사실 인천광역시만 보더라도 (수봉)문화회관을 예총에서 위탁운영하고 있고 여타 시도에서도 지자체가 문화예술전문단체에게 문화시설을 위탁 관리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간 군산시에서는 시민문화회관을 처리하고자 수의계약 방식으로 수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한바 있으나 무산됨으로써 유지관리에 재정 부담만 커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의회나 언론에서 해결 방안도 제시하고 나운동상가번영회나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철거 후 다른 용도로 쓸 것을 건의한 바도 있습니다만 시에서는 가능한 한 문화공간으로의 활용을 모색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심의회에서 유보된바 있고 지금 진행 중으로 알려진 활용방안 용역 결과도 불투명한 등 좀처럼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문학관, 미술관, 생활과학체험관, 종합안전체험관, 대중공연장 등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을 제시하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종교단체에서 매입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오르내리고 있는데 시의 재정문제나 절차상 어려움이 있는 줄 압니다만 올해에는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건립 본연의 의미와 용도에 맞게 활용됨으로써 지역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값진 문화유산으로 남겨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황 : 최근 이 문제를 두고 지역의 언론에서도 관심을 높이고 있고 방경미 시의원의 경우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더 이상 이 문제를 질질 끌지 말고 문화예술 분야의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문화예술단체에게 위탁해 아마추어 공연가들의 공연과 많은 시민들이 창작활동을 누릴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만일 예총에서 위탁관리가 성사된다면 저희가 사명감을 가지고 공공성 확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통하여 문화예술의 향기가 새롭게 생동하는 시민문화회관, 예술인들에게는 많은 전시, 발표 기회가 부여되고 시민에게 한층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문화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지회에서는 얼마 전 정기총회를 갖고 ‘군산시민문화회관 되살리기’ 캠페인을 벌이기로 하고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서명운동은 군산시민을 대상으로 1,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뜻을 같이 해주시는 분들이 생각 외로 많습니다. 서명부는 종료 되는대로 군산시장과 시의회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문화예술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일입니다. 우리 군산도 지금 앞날을 내다볼 때 문화예술이 질적, 양적으로 더욱 풍성해지리라는 것은 예측이 어렵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지원 육성은 지자체의 공적 자산을 키우는 일이며 당연한 책무가 아닌가 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아무쪼록 시민문화회관이 군산예총의 위탁관리로 결정되어 군산 문화예술 발전의 또 하나의 거점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군산지회

군산시 백토로 203 (예술의전당 내)

T. 063)462-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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