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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에 속고 지엠에 배신당하고, 군산 시민 ‘망연자실’ [르포] '지엠 쓰나미'... 대량 실직과 경기 침체로 지역경제 '비상'
글 : 이진우 /
2018.03.01 10:58:20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조선소에 속고 지엠에 배신당하고, 군산 시민 망연자실

[르포] '지엠 쓰나미'... 대량 실직과 경기 침체로 지역경제 '비상'

 



 

지난해 1월과 3, 두 차례 군산의 재래시장 민심을 취재한 적이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탄핵 정국), 김영란법, 조류인플루엔자(AI),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등으로 지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일 때였다. 놀라운 점은 지역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보다 탄핵 정국을 불경기 원인으로 꼽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 얼마 후 박근혜 대통령은 구속되고, 5월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군산 시민은 대선 후보 시절 군산조선소 존치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이후 1인 릴레이 시위, 현대중공업 본사 방문, 궐기대회, 인간 띠 잇기, 성명서 발표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7월을 넘기지 못하고 조선소가 폐쇄됐다. 불행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3일 한국지엠(GM)의 군산공장 폐쇄 발표가 나온 것. 군산은 설상가상의 상황이 되고 말았다.

 

대량 실직 사태, 인구 감소로 나타나

 

설 연휴를 사흘 앞두고 전해진 청천벽력 같은 직장폐쇄 소식. 군산 시민들은 실망감과 함께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엠 군산공장은 생산량의 약 80%에 이르는 제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던 자동차 회사였다. 그러나 2013년 수출길이 막히면서 위기론이 불거졌다. 이후 지엠 본사의 경영 전략에 따라 군산 공장이 신차 생산에서 제외되고 2015년 초 500여 명의 노동자가 공장을 떠나야 했다. 그해 7월에는 하청업체 구조조정으로 500여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지엠 군산공장은 호황일 때 지역 총수출 물량의 50%를 담당했다. 꼭 호황기가 아니더라도, 한때 지역 총생산의 21.5%를 차지했고 수출량의 20%를 담당했다. '공단 부근 주민은 지엠 덕에 먹고 산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직원들의 소비 금액이 1년에 1400여 억 원으로 군산시 1년 예산의 10% 정도를 차지했던 것. 그러나 작년 자동차 생산은 3만 대에 그쳤으며, 최근 3년 동안 가동률은 20% 내외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현상은 인구 변화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료에 따르면 201612월 군산 인구는 전년 대비 847명 감소한 277551명이었다. 군산조선소가 폐쇄된 201712월 인구 통계는 더욱 참혹하다. 274997명으로 1년 사이에 2554명이 줄어들었다. 이 수치는 중소 면() 단위에 해당하는 인구여서 충격을 더한다. 올해 들어서도 한 달 사이에 200명 이상이 군산을 떠났다. 이대로 간다면 12월이나 내년 초에 27만 명 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

 

군산 인구는 2006년 최저점인 26만 명 남짓을 기록한 이후 매년 2500~5000명씩 증가하여 2012년에는 28만에 육박했다. 하지만 자동차 수출길이 막히는 2013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지금까지 회복을 못 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산업단지 공장들의 가동률 저하 및 폐쇄가 고용감소로 이어져 다른 지역으로의 전출 인구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단기간에 일어난 큰 폭의 인구 감소는 경기불황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거래에서도 잘 나타난다. 군산 미원동에서 부동산 중개소를 운영하는 고상규(50) 씨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전용면적 82.6(25평형)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1천만 원을 호가했으나 2년 전부터 85~9천만 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그나마 거래가 끊긴 상태"라고 전한다.

 



 

 

현수막 문구에서 읽히는 시민의 분노와 배신감

 

한국 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쓰나미'는 지역 경제를 꽁꽁 얼어붙게 했다. 부동산, 음식점, 생필품 등 모든 거래가 평년의 50~60%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민심도 흉흉해졌다. 설 연휴를 보내고 만난 이웃에게 안부 인사조차 건네기가 민망할 정도다. 2000년대 초 '대우자동차 살리기'에 이어 몇 년 전 'GM 살리기'에 앞장섰던 시민들은 "예상됐던 일"이라고 푸념하면서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한다.

 

기자는 지엠 사태를 대하는 지역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0일과 23일 이발소, 부동산중개소, 전자부품 가게, 재래시장 상인들을 만나 봤다. 거리에 내걸린 현수막 문구도 30여 개 살펴봤다. 지엠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듯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정부의 무조건적인 지원보다 미래지향적인 지원이나 새로운 타개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철회하라!'

'우리 가족 생명의 터, 한국GM 군산공장을 지켜내자!'

'군산 시민은 분노한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가 웬말이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게 한국 GM의 철학인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도 가동 중단! 한국GM 군산공장도 폐쇄결정! 군산 시민은 죽으란 말이냐'

'군산 시민 피눈물 난다. 피눈물로 지켜온 군산공장 폐쇄결정을 철회하라!'

'정부의 한국GM 정상화 지원은 반드시 군산공장 재가동을 전제로 하라!'

 

군산 시청을 비롯해 지역의 각 사회단체와 노동단체, 지엠 군산공장 협력업체, 정당,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내건 수백 개 현수막 중 눈에 띄는 문구들이다. 그 외에도 '신규 물량 배당만이 살길'이라는 현실적인 내용도 있고, '군산 경제 초토화 된다'고 불황을 우려하는 구호도 있으며, '군산 시민 죽어 가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느냐'고 현 정부를 힐난하는 문구도 보인다. 이처럼 거리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에서 군산 시민의 소망과 분노, 배신감, 절박함 등이 동시에 묻어난다.

 

의견은 갈리지만... '너무 힘들다'엔 한 목소리

 

현수막은 군산의 동쪽 끝 마을인 나포면 입구에도 내걸렸다. 마을 이발소 주인 박성주(50) 씨는 "손님 중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한국지엠 군산 공장을 향토기업으로 인식하면서 군산이 살고 전라북도가 살려면 지엠 요구를 받아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지엠 공장을 포기하고 새로운 업체를 입주시켜야 한다는 의견까지 반응이 다양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발소에서 만난 손님은 "지엠은 먹튀 기업"이라며 "그런 기업에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니 포기하고 매각이나 다른 기업 유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영동 공설시장에서 3대째 분식집을 운영하는 강진아(50) 씨는 "상인 모두가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때문에 시끄러웠던 1년 전보다 더 힘들어한다"며 재래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강 씨는 "우리 가게도 외항 공업단지 쪽에서 주말이면 족발과 국수를 가족 단위로 먹으러 오는 단골 손님이 열 팀 넘게 있었는데 작년부터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관광 시즌인 설 연휴 매상도 예년의 절반에 그쳤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 재래시장, 자영업자... 모두 '휘청'

 

"군산 산업단지와 가까운 산북동, 소룡동의 음식점이나 노래방으로 출장 다녀온 지 1년이 넘었습니다. 큰일이네요.(한숨)"

 

대명동에서 40년째 전기 전자 부속품 가게를 운영해오고 있는 박현수(60) 씨의 하소연이다. 지엠 군산공장이 2교대, 3교대로 잘 돌아갈 때는 노래방이나 음식점에 음향기기를 설치하러 다녔으나 작년부터 주문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어 박씨는 "거리에는 지엠 공장 철수 반대라고 쓴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지만, 우리가 가지 말라고 해서 안 떠날 기업도 아니니 버려두고 새로운 입주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래시장 돼지국밥집에서 만난 한 손님은 "지금은 어떻게 해야 노동자들이 삶의 터전을 지키고, 경제가 살아날 것인지 해결책을 찾아야지 '반미'를 이유로 색깔론을 들먹이거나 현수막이나 내걸고 일인 시위 피켓 들고 사진이나 찍으러 다니는 시기가 아니다"라며 지역 정치인들을 꼬집어 비판했다.

 

이복 군산시 의원은 SNS를 통해 "나운2동 통장 회의에 참석했다가 된통 혼났다"고 고백했다. "이런저런 지역의 이슈가 터질 때마다 매번 서명이나 받아야 하고, 이런 일에 왜 통장들을 동원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는 것. '무너지는 지역 경제의 절박한 심정에 30만 시민 서명이든 집단 상경 투쟁이든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통장들의 불편한 심기를 가라앉히려 했지만, 허사였다는 것이다.

 

이복 시의원은 그렇다고 아예 손을 놓고 지역 경제가 몰락하는 과정을 앉아서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며 청와대 앞에서 열리는 릴레이 1인 시위와 시민 궐기대회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중신 전 군산 시의원은 "정부는 군산을 고용위기 지역과 산업위기 특별지역으로 선포한다고 하지만, 시민과 한국 지엠 가족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예측된 사태이지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촛불 정국, 정권교체 등으로 정부와 정치권에서 방관하다가 이런 사태가 온 것이다. 모두의 책임이다. 모두가 나서서 노동자들의 실직을 막고 어떤 방법이든지 군산공장이 재가동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 닫는 군산공장, 심폐소생술 할 수 있을까

 

문동신 군산시장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는 군산지역 몰락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20여 년을 같이한 친구이자 가족 같은 지엠 군산공장의 가동 중단 결정에 울분을 참을 수 없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어 문 시장은 "지엠사보다 더 속을 상하게 한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지엠이 디트로이트로 돌아온다는 환영의 목소리)에 군산 미 공군기지와 함께했던 그간의 동맹 관계가 이뿐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실망감을 내비쳤다.

 

한국 지엠 본사는 오는 5월까지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군산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추진하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하였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24일 군산을 방문, 관계자들과 대책을 모색했다. 그러나 시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묘안은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군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엠 군산공장의 정상가동이 최선이지만 그 또한 녹록지 않아 보인다. 매각이든, 조건부 지원이든 정부의 단호한 조치가 필요한 때 아닐까.

 

위 기사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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