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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일기> -째보선창에 대한 미래 상상-
글 : 박성신 /
2017.06.01 13:56:52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군산일기> -째보선창에 대한 미래 상상-

 

 

 


 

 

 

군산에는 째보선창이 있다.

구 조선은행에서 동쪽으로 하굿둑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다다를 수 있다. 채만식의 탁류 동선도 겹쳐보고, 금강 건너 서천도 마주 보면서.

 

째보는 언청이를 지칭하는 말로, 내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던 물길을 지도에서 보면 비슷한 형상이라고 해서 유래한 지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해안선이 들고나는 리아스식 해안선을 지닌 서해에서 볼 수 있는 지형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매립을 거듭해서 지금은 멀쩡한 땅의 모습이지만, 오래전에는 죽성포라 불리던 물길이었던 셈이다.

 

한때 수산물을 쏟아내는 배와 사람이 모이는 째보선창은 군산을 대표하는 흥한 지역이었다. 배에서 갓 내린 수산물을 팔기도 하고, 젓갈을 저장하던 탱크도 가득했고, 한편에선 소규모 조선업도 이루어지고, 배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곳이었다.

 

북적임은 도시에서의 중요도를 나타내기에 째보선창은 기찻길, 뱃길, 자동찻길 등이 얽혀 꽤나 복잡한 도시 구조의 접점이기도 했다. 그랬던 째보선창이... 좀 솔직하게 표현하면 지금의 째보선창은 원래의 기운을 잃고, 산업도로가 나면서 퇴색한 군산 내항 일원이다. 그 흥했던 기운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얼마 전 째보선창을 다시 걸었다. 내항은 이렇다 할 변화 없이 모든 게 꼼짝 않고 그냥 그 자리에 멈춰선 듯 각질의 두께를 더하고 있건만, 계절이 다소 생기를 더하고 있는 정도였다. 기대가 크지 않은 탓인지 틈새마다 언뜻언뜻 보이는 초록 봄기운이 고맙기까지 했고, 좀 과장하면 버려진 콘크리트 건물 캐노피에서 피어난 꽃은 맨발로 뛰어나가 맞이할 만큼 반가웠다.

 


 

 

도시의 속살을 보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내항은 가릴 기운조차 없는지 도시의 민낯을, 흐트러진 자세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수심이 낮아지고, 물때 맞춰 살던 갯일이 줄어들면서 수산업은 제조업으로 그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내항 배후시설군은 내 버려지고, 남은 몇몇이 최소한의 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떠나고 버려진 공간은 저항 없이 쇠락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기운에 대한 기다림이 간절하다. 그렇다고 섣불리 달려들 일은 아니다. 이미 우리는 군산에서 진행한 도시재생사업으로 인한 어설픈 실수를 충분히 경험했고 깨달았으니까. 지자체 주도의 사업 구도, 수치적 성과지표 양산, 표피적 공간 변화, 관광 중심의 개발에서 철저하게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쇠퇴는 공간에 대한 상상력에 기인하여 다음을 준비할 수 있고, 그 상상력은 공간을 살아냈던 사람들의 삶과 기억에서 끌어낼 수 있다. 그 원점은 지금, 여기서 살펴보고 기록하는 과정이고, 사업의 궁극적인 수혜자이자 주체가 지역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이므로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도시적 관점에서 볼 때, 내항 일원의 유휴공간은 수산업 기반 산업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고, 이는 현재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군산 원도심 일원의 근대 주거기반 군집경관과는 대별된다. 규모가 큰 공간의 원형을 살려 공공성격의 문화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재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걷고 보니 군산에서 할 일은 많다. 제대로 된 내항의 도시재생은 지금부터 고민하는 긴 계획의 시간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때마침 명산동 예깊미술관에서 군산 도시 풍경에 대한 전시(길 사진전)가 있다. 한 번 가서 찬찬히 보며, 물길 따라 문화의 배를 띄운 미래 째보선창을 그려봄직하다.

 

박성신, 군산대학교 건축해양건설융합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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