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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쿨하게 인정하는 부부, “외진 곳에 있지만 손님은 많아요”
글 : 배지영 / okbjy@hanmail.net
2016.02.01 10:42:59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부부싸움 쿨하게 인정하는 부부
, “외진 곳에 있지만 손님은 많아요

청춘남녀 인터뷰 번외 편 서른여섯에서 마흔까지하루비어박승민씨

 

스물여덟 살, 승민씨에게는 특별한 나이였다. 군대 제대하고 바로 일한 승민씨는 그해에 집안의 빚을 거의 갚았다. 첫 해외여행도 갔다. 엿새짜리 세부 여행. 추위를 많이 타는 그는 신세계에 온 것 같았다. 그가 어릴 때 뛰어놀던 신작로, 세부에는 남아 있었다. 물가도 쌌다.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었다.

 

정말 좋구나 생각했죠. 그 다음 해에는 보라카이로 갔어요. 거기는 세부보다 더 좋았어요. 보라카이는 군산보다 작아요. 한 번만 가도 길을 다 알아요. 걸어 다녀도 되고요. 앞에는 에메랄드빛의 바다가 있어요. 돛단배 타고 항해도 했어요. 진짜 천국이죠. 사람들이 되게 순하고 인심이 좋았어요. 나쁜 사람이 없었어요. 다들 순박했어요.”

 

개발의 마수가 뻗치기 전의 동네 모습과 고운 성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끌리는 승민씨, 군산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때는 신작로에서 해가 질 때까지 놀았고, 고등학교 때는 당구장을 아지트 삼아서 지냈다. 그의 어머니는 사고만 치지 말아라고 당부했다. 친구들을 좋아하는 10대 소년은 어머니 말을 따랐다. 가출한 친구들은 그의 집에서 먹고 잤다.

 

승민씨는 한 번도 회사원이 된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본 적 없다. 대학 진학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떨어져 산 그의 아버지는 대학은 가야지라고 말했다. 군산 서해대학 부동산과에 들어간 승민씨는 1학년 1학기까지 다니고는 그만뒀다. 바로 입대했다. 경기도 백마부대에서 22개월을 복무했다.

 

저희 어머니는 귀가 얇은 스타일이 아니세요. 근데 군대에 있을 때 전화하면, 돈을 많이 번다고 하시는 거예요. ‘아들이 제대하면 자동차 사줄 수 있는 능력도 돼라고 말씀하셨어요. 제대하고 와서 봤더니 네트워크 마케팅을 하신 거예요. 많은 빚을 지고 계셨어요. 제가 전에는 알바도 한번 안 해봤거든요. 근데 장남이잖아요.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2002, 승민씨는 안면도로 갔다. 아버지 지인이 운영하는 방 48개짜리 모텔에서 일했다. ‘주방 이모가 그만두면, 승민씨는 직원 아홉 명이 먹을 수 있게 밥을 했다. ‘청소 이모가 사정이 생겨 못 나오면 객실 청소를 했다. 바닷가라서 레온 사인 간판도 자주 고장 났다. 고치는 것도 승민씨 일이 되었다. 보일러가 안 돌아가도 승민씨가 손 봤다.

 

여름 성수기, 모텔 객실 청소의 생명은 스피드. 승민씨는 기가 막힌 속도로 치우고 정돈했다. 찬바람이 불면 손님들이 뜸해졌다. 승민씨는 공허했다. 포장마차에서 혼자 소주를 마시면, 사람들이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가 일하는 곳에서 군산까지는 128km. 밤늦게 군산에 와서 친구들을 만나고는 새벽에 다시 안면도로 돌아갔다.

 

처음에 월급이 90만 원이었어요. 나중에 120만 원까지 올랐어요. 근데 적금은 141만 원짜리를 들었어요. 손님들이 맥주를 시키면 객실로 올려 보내줘요. 그렇게 해서 한 달에 60만 원쯤 벌었어요. 7개월간 적금을 넣으면 천만 원 조금 넘게 나와서 집안의 빚을 갚았어요. 근데 끝이 아니었어요. 카드사에도 빚이 있는 거예요.”

 

꼬박 2년간 안면도에서 일한 승민씨는 군산 집으로 와서 핸드폰 매장에 취직했다. 어머니도 있고, 친구들도 있어서 좋았지만 월급은 박봉. 6개월 동안 일한 그는 다시 아버지가 계시는 충청도로 올라갔다. 야간업소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았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군산에도 가게를 열었다. 그동안 번 돈을 다 투자했는데 쫄딱 망했다.

 

빈털터리가 된 승민씨. 그가 고등학교 때 자주 갔던 당구장의 사장님이 보험 영업을 권했다. 세일즈맨이 된 그는 전라북도에서 영업 1등상까지 받았다. 1년간 착실하게 모은 돈으로 군산시 나운동 대한생명 뒷골목에 맥주가게를 열었다. 순풍에 돛단 듯 매출이 쑥쑥 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연재해를 만났다. 수해가 나서 가게는 물에 잠기고 말았다.

 

그 난리를 겪고도 가게를 원상 복구해서 계속 했어요. 가게 열면서 진 빚도 있으니까 하루에 두세 시간만 자고 일했어요. (웃음) 이상하게도 저한테는 개미 같은 습성이 있어요. 여름에 열심히 일하거든요. 근데 겨울에는 놀고 싶어요. 추운 것도 진짜 싫고요. 맥주 가게 문을 닫고 보라카이로 갔어요. 저한테 거기는 천국이니까요.”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돌아온 승민씨는 뉴욕에서 직수입해온 아동복을 파는 가게를 열었다. 장사는 잘 되는 편이었다. 그런데 주문한 옷이 오는데 기본 한 달. 어느새 계절이 바뀌었다. 재고만 쌓였다. 승민씨는 주저앉는 대신 현실을 봤다. 스마트폰이 대세였다. 중고 스마트폰을 수출하려고 중국 위해시에 집도 얻었다. 중고폰을 사서 중국으로 건너갔다.

 

스마트폰 한 대당 세관 면장을 5천 원씩 주고 떼어요. 1주일간은 군산에서 핸드폰 수거하고, 절차 밟는데 또 1주일이 걸려요. 핸드폰 시세는 금값처럼 오르락내리락 해요. 중국에 갈 때 보통 400대씩 갖고 가거든요. 1만 원만 차이 나도, 합치면 400만 원이에요. 중국에서 상주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혼자서 한 달에 두 번씩 오가는 게 벅찼어요. 그만두게 됐죠.”

 

2014년 봄, 승민씨는 친구 결혼식장에서 서울 사는 보라씨를 만났다. 둘이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승민씨는 네가 너무 좋다. 결혼할 사람으로 여긴다. 대천에 같이 가서 일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보라씨는 순순히 자기 삶을 정리했다. 승민씨를 따라나섰다. 여름 한 철, 두 사람은 해수욕장에서 클럽 ‘SSUM'을 운영했다.

   

그해 가을, 군산으로 돌아온 승민씨와 보라씨. 숯불에 고기를 잘 굽는 승민씨의 실력만 믿고 고깃집을 열었다. 손님들이 먹기 좋게 구워서 차려주었다. 하루 매출이 100만 원 넘게 나오기도 했다. 그 많은 고기를 승민씨 혼자 굽는다는 뜻. 기다리기 좋아하는 손님은 없다. 승민씨는 고민했다. 간판은 고깃집인데 술안주 메뉴를 늘렸다. 손님들은 발길을 돌렸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승민씨와 보라씨는 누구한테도 손 벌리지 않았다. 가진 돈으로 결혼식도 올렸다. 여름에만 돈을 벌 수 있는, 한 철 장사인 클럽을 하러 또 대천에 갔다. 일 끝나면 오전 6. 밤낮이 바뀐 생활도 금방 적응했다. 둘이 함께여서 모든 게 견딜 만 했다. 클럽은 닫는 날까지 잘 됐다. 승민씨와 보라씨는 짐을 싸서 보라카이로 갔다.

 

결혼했으니까 떠돌이가 아니잖아요. 정착 해야죠. 제가 음식을 잘 해요. 어디에 가도, 그 나라 향신료에 거부감을 안 느껴요. 동생이 골프선수라 3년간 호주에 있었거든요. 동생 보러 가서 한 달간 셰어하우스에서 지낸 적 있어요. 거기 묵는 애들이 공부하면서 청소 일을 해요. 저는 마트에서 장을 봐서 애들 끝나고 올 시간에 맞춰 음식을 해 놓고요. 재미로요.”

 

돌아온 승민씨는 하루비어를 열기로 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군산 구시가에 있는 가게. 보라씨와 동생 창현씨랑 셋이서 전기공사부터 인테리어, 페인트칠까지 다 했다. 친구들은 와서 보고는 놀랐다. “여기에 누가 오겠냐? 장사 하려면 번화가로 가야지. 너는 안주가 좋으니까 무조건 수송동으로 가라고 했다.

 

군 제대하고부터 끊임없이 일해 온 승민씨의 생각은 달랐다. 월세가 비싸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손님들한테 잘 하려고 하면서도 어느 순간 야박해진다. 구시가의 뒷골목은 날마다 만 원씩만 따로 모아도 월세를 낼 수 있다. 하루에 손님들이 두세 테이블만 들어도 느긋하게 장사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제가 블로그도 안 하고, 홍보도 안 했는데 손님들이 오세요. 저희 집에서 1차 하고는 2차 갈 데 없다고 다시 오시는 손님도 있고요. 지나다가 분위기 좋다면서 오시고요. 와이프랑 같이 하는데 진상 손님이 오면 속상하죠. 다행히도 매너 좋은 손님들만 오세요. 고맙죠. 저희는 손님이 가실 때까지 하니까 오전 6시에 문 닫아요. ‘하루비어가면 늦게까지 먹을 수 있다고 알려지는 것 같아요.”

    

깊은 밤까지 일하고, 술 한 잔 하러 들른 손님들은 출출하다. 승민씨는 여행 갔을 때 먹었던 각 나라 음식들을 응용했다. 다섯 가지 밥 종류 중에는 갈릭버터밥(필리핀), 계란밥(중국)이 있다. 상하이스파이시오징어볶음, 짬뽕어묵탕, 닭볶음요리, 매운해물떡볶이도 즐겨 찾는 메뉴다. 손님들이 음식을 남기기라도 하면, 그는 뭐가 부족하지?’ 하며 꼭 먹어본다.

 

승민씨의 아버지는 충청도에서 규모가 큰 한정식집을 한다. 남들은 그에게 계단이 있으면 편하게 밟고 올라가라고 한다. 승민씨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렇게 올라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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